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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좁쌀 한 알(一粟子) 장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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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예화 347.좁쌀 한 알(一粟子) 장일순

통영 사는 양유전이 원주 사는 나전 칠기 인간문화재 김봉룡께 나전 칠기를 배우러 원주에 왔을 때 시인 김지하의 부친 김석주는 양유전에게 "여보게, 원주에서는 장일순, 이 한 사람을 만나면 돼!" 라고 하였습니다.

1985년 전두환 정권 때, 기독교사상 편집부에 근무하다 필화 사건으로 30대 초반에 대책 없이 직장에서 쫓겨나 강원도 영월로 낙향하여 방황하던 감리교 목사 고진하는 어찌 어찌 57세의 장일순을 만나 자기 처지를 말씀드리니, 그 사정을 다 듣고 난 장일순이 번뜩이는 눈초리로 무거운 입을 떼어 일갈하기를 "이보게 젊은이, 하느님이 어디 따로 계시는지 아는가? 자네가 바로 하느님이여!" 하였습니다. 고진하는 이 큰 소리를 듣고 심기일전 자기 인생의 새로운 전환을 꾀할 수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을 써 민주화 운동에 이론적 바탕을 제시했던 리영희 교수는 <스핑크스의 코>에서 장일순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또 다른 사람은 장일순이라는 신도이다. 그는 정말로 예수 믿는 사람이라는 호칭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다. 3년 전에 작고한 이 분은 강원도 원주의 오랜 카톨릭 가문의 신자로서 평신도이었으되 거의 성자와 같이 고결하고 맑고 착한 삶을 살다가 가신 분이다. 신앙적으로나 세속적인 인격으로나 뭇사람들에게서 존경을 받은 분이다."

장일순(1928-1994)을 스승으로 모셨던 시인 김지하는 <말씀>이라는 시에서 그의 선생님 장일순을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하는 일 없이 안 하는 일 없으시고
달통하여 늘 한가하시며 엎드려 머리 숙여
밑으로 밑으로만 기시어
드디어는 산 속 한 포기 蘭草(난초)가 되신 선생님
출옥한 뒤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록 사람 자취 끊어진 헐벗은 산등성이
사철 그늘진 골짝 엎드려 기며 살더라도
바위 틈 山蘭(산란) 한 포기 품은 은은한 향기는
장바닥 뒷골목 시궁창 그려 하냥 설레노니
바람이 와 살랑거리거든 인색치 말고
먼 곳에라도 바람 따라 마저 그 향기 흩으라.

<최성현, 좁쌀 한 알 장일순, 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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