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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살바토레 리치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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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예화 391.살바토레 리치트라

뒷 강물이 앞 강물을 밀어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운명입니다. 이제 금세기 최고의 테너 Big Three,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의 시대는 가고 스핀토 테너(힘찬 고음과 밝고 빼어난 음색) 이탈리아 출신 1968년 생의 젊은 살바토레 리치트라(Salvatore Licitra)의 시대가 열렸다고 합니다.

리치트라는 그의 나이 34세 때인 2002년 5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정식 명칭; Lincoln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에서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에서 주인공 카바라도시 역을 멋지게 소화하여 일약 세계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 때 그 공연 현장에 있었던 동아일보 김순덕 기자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원래 이 공연은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출연하기로 한 것인데 파바로티가 건강 상 이유로 한다, 못 한다, 여러 번 변덕을 부리다가 공연 시작 불과 50분 전인 7시 10분에 파바로티는 도저히 못 하겠다고 메트에 통보하였다. 메트 측은 그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리치트라를 준비해 두었다.

파바로티를 보려고 최고 1,875달러를 낸 로얄석 청중을 비롯한 3천의 청중들은 리치트라가 등장하자 "그래, 니가 얼마나 잘 하나 보자!"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첫 노래가 끝나자 다행히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한 손을 가슴에 대고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 준 객석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더욱 놀라운 광경은 3막의 아리아 <E lucevan le stelle/ 별은 빛나건만>을 끝내자 불꽃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높은 음까지 강렬하고 풍부하게 표현한 그의 실력은, 진짜였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인사 때 청중은 오래 오래 기립 박수를 쳤고, 리치트라는 두 손을 가슴에 댔다가, 입을 막았다가, 마침내는 두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는 진정 "준비된 스타" 였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회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잠시만 기다려줄 수 없나요?" 하는 순간 기회는 물 건너간다. 기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오랜 시간을 홀로 자신을 갈고 닦아온 사람만이 잡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 도둑처럼 다가올지 모르는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리치트라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좋다는, 그리하여 자신의 준비된 실력을 보일 수 있다면 그대로 서서 죽어도 좋다는, 그런 각오로 오랜 고독과 불안과 두려움과 싸우며 용맹정진 하였을 터였다. 리치트라의 눈물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남자의 눈물이었다.

뮤지컬 "명성황후" 주인공 소프라노 김원정은 이렇게 말했다. "R=VD 라는 게 있어요. 생생하게(Vivid), 꿈을 꾸면(Dream), 그대로 이루어져요(Realization). 한 번 해 보세요" 라고.

<참고; 김순덕, 마녀가 더 섹시하다, 굳인포메이션, 2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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