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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내 영혼의 가시거리(可視距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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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느꼈던 짧은 단상을 소개하려 합니다. 캐나다의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일기예보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가시거리(visibility)였습니다. 가시거리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거리가 얼마나 되는가를 알려 주는 것입니다. 밴쿠버 지역의 가시거리는 예외 없이 48킬로미터였습니다. 48킬로미터는 상당히 먼 거리입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서울 남산 꼭대기에서 인천 앞바다와 수원성을 볼 수 있는 거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나 도시가 깨끗하면 이렇게 먼 거리를 볼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 있었습니다. 만일 한국의 텔레비전 방송에서 서울의 가시거리를 보도한다면 그 숫자만 봐도 숨이 막힐 것입니다. 육안으로 앞을 볼 수 있는 거리가 짧을 것은 틀림없고, 방 안에서 보는 이 수치가 밖에 나가기조차 두렵게 만들 것입니다.
저는 텔레비전 앞에서 잠시 묵상에 잠겼습니다. 그러면 내 영혼의 가시거리는 얼마나 될까? 나이가 들면서 저는 벌써 눈이 흐려집니다. 그런데 이 육신의 눈이 흐려지고 기력이 옛날만 못한 것은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육신이 약해지는 것이 오히려 감사한 일입니다. 육신이 조금은 약해져야 젊은이의 혈기도 버릴 수 있고, 절제하는 미덕도 갖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 영혼의 가시거리는 내 육체의 가시거리와 반비례했으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영의 눈이 밝아져 하나님을 보고, 하나님 나라를 보고, 그날의 영광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맑은 하늘이 긴 가시거리를 주듯, 영혼의 긴 가시거리는 맑은 영혼이 주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 「도시 속의 사막」/ 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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