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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나를 울린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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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지갑이 어디 갔어? 이상하다.”
시장에 가려는데 소파 위에 있던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 지갑 못 봤니? 여기 분명히 뒀는데?”
“아니요, 못 봤어요.”
친구를 데려와 놀던 아들은 건성으로 대답한 뒤 방으로 휙 들어갔다. 그때 문득 아들이 새로 사귄 친구라며 데려온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아이, 옷도 허름하고 꾀죄죄한 게….” 당장 아들을 불러서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친구에게 물어보라고 했더니, 아들은 ‘자기 친구는 절대 그럴 리 없다’며 항변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심증을 굳히고 그 아이를 데리고 나오라고 했더니 아들은 “그럼 제가 물어볼게요” 하고는 나한테는 오지도 않고 슬그머니 친구를 배웅하겠다며 함께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한참 후 돌아와서는 화가 날 대로 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사실은 그 지갑 제가 훔쳤어요. 만화책이랑 장난감 사려고요. 잘못했어요.”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난생처음 매를 들었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소파 방석 밑에 있는 지갑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는 아이 앞에서 아연실색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고, 아이는 그때서야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왜 어른들은 생긴 것만 보고 차별하세요? 말로는 친구들이랑 다 친해야 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엄마도 내 친구 싫어하시잖아요. 걔는 아빠 엄마도 없고 할머니랑 둘이서 살지만 정말 착하단 말이에요.”
그날 밤 나도 아이와 함께 울고 말았다. 아들에게 부끄러웠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아들이 너무 대견스러워서였다.
- 구재영, <기아자동차가 꿈꾸는 세상> 2001년 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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