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엄마의 숙제

첨부 1


아이 방을 치우다 그 여자는 무심코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아저씨를 또
만났다. 아저씨는 날마다 울타리 앞 의자에 앉아 계신다. 내가 인사하면 머리를 쓰다듬어주신다. 오늘은 햄버거도 사주셨다. 참 좋은 아저씨다. 그런데
아저씨 얼굴은 왜 슬플까.’ 그 여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가 오는 길을
지켜보는 정체불명의 사람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아이가 그 사람을 따라가서 햄버거까지 먹고 왔다는 사실에는 그만 가슴이 철렁했다. 학교를 마친 아이는
어제처럼 30분쯤 늦게 집에 왔다. 그 여자는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었다. 엄마의 눈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낀 아이는 가방을 멘 채로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랐지만 엄마의 표정만으로 “엄마, 잘못했어요” 하고
울었다. “너, 엄마가 신신당부했던 거 기억나? 모르는 사람 절대 쫓아가면
안되고, 누가 엄마 아빠가 부른다고 가자고 해도 절대 가면 안되는 거야.
엊그제 5학년 형아도 유괴됐다는 소리 못 들었어? 어쩌자고 그래. 너 그러다
엄마 아빠 영영 못 보면 어쩔래?” 야단을 치다가 그 여자도 울었다. 지금껏
세상의 아름다움과 사람이 사람을 믿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주는
동화를 읽어주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아무도 믿지 말라고, 세상은 무서운 곳이라 말해야 하는 부모가 됐다는 게 서글펐다. 품에 안긴 아이는 ‘아저씨는 직장에서 쫓겨나 매일 학교 앞 의자에 앉아 있는 거래요. 불쌍하지만 착한 아저씨란
말예요’ 하고 울먹였다. 이 기막힌 현실 속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까.
곰곰이 생각하는 그 여자 앞에 아주 어려운 숙제 하나가 놓여진 것 같았다.
- 김미라, KBS문화사업단,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기>에서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