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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나를 위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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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방 하나를 얻어 촉촉히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이사를 한 지도 어느새
3년이 흘렀다. 혼자 지내게 되면서 제일 소홀하게 되는 건 역시 먹는 일이었다. 혼자여도 끼니 거르지 말고 든든히 잘 먹고 다니라는 게 부모님의 늘상
한결같은 당부 말씀이었음에도 그리 잘 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몇 개월을
지냈을까. 한 소설책을 읽게 되면서 나에게 조그만 변화가 일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일주일에 꼭 한 번씩은 자신을 위한 상을 차린다는 것이었다.
글쎄, 매일은 못하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쯤이라면 그것도 근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나를 위해 차린 밥상 …. 그래서 처음으로 만들어 내게
선물한 요리가 유부초밥이었지 싶다. 그리고 다음에, 또 그 다음에 만들어본 게 오래 전 내 생일에 남동생이 만들어줬던 어설픈 잡채, 막내동생이 기분 좋을 때 가끔 끓여주던 김치 수제비, 이젠 세상에 없는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시던 부추전, 된장찌개, 오징어국, 자장면 등이었다. 그렇게 나는 추억이 담긴 음식들을 만들며 바보같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부대찌개를 끓이고 퇴근길에
꺾어온 강아지풀을 꽂아 나를 위한 상을 마련하다 울어버렸다. 언젠가
“누가 해주는 밥 먹고 싶지 않아?” 하며 집으로 찾아와 앞치마 입고 손수
부대찌개를 끓여 내 앞에 상을 차려놓곤 먼저 울어버린 친구가 생각나서였다.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줄 안다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아직도 내겐 생각하면 따스한 사랑과 찡한 추억이 느껴지는 요리들이
많이 있기에 나를 위한 상차림은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거다.
- 권영민,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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