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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마음을] 할머니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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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할머니를 가기라고 불렀다. 내가 갓난아기였을
때 내 입에서 최초로 나온 단어는 '가기'였다. 자부심 많은 할머니는 내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생각하셨다. 그래서 나는 오늘날까지도
할머니를 가기라고 불러 왔다. 할아버지가 아흔 살이 되어 돌아가셨을 때
두 분은 결혼한 지 50년이 넘으셨다. 가기는 심한 상실감에 시달리셨다.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의 구심점이 사라진 것이다. 할머니는 세상을 외면한
채 비탄에만 잠기셨다. 그 슬픔은 거의 5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그 기간동안 나는 매주마다 할머니를 찾아뵈려고 노력했다. 그날도 나는
할머니를 방문하면서 할머니께서 여전히 침울한 상태로 계시리라고
예상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로 늘 그러셨으니까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내가 들어섰을 때 할머니는 전에 없이
환한 표정으로 휠체어에 앉아 계셨다. 그토록 달라진 모습에 내가 재빨리
반응을 보이지 않자 할머니가 먼저 말을 던지셨다.
"내가 왜 이렇게 행복해 하는지 넌 알고 싶지 않니? 호기심이 생기지도
않아?
"당연히 알고 싶죠, 가기
난 얼른 사과를 드렸다.
"먼저 여쭤 보지 못해서 죄송해요. 어서 말씀해 보세요. 왜 이렇게
행복해지셨죠? 이렇게 달라지신 이유가 뭐예요?
"그건 어젯밤 내가 해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단언하셨다.
"신이 왜 네 할아버지를 먼저 데려가고 나를 혼자서 살아가도록 했는지
마침내 나는 이유를 알았다."
가기는 전에도 자주 사람을 놀래키곤 하셨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란 게 뭐죠, 가기?
나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세상의 가장 중요한 비밀을 들려주기라도
하듯이 할머니는 목소리를 낮추고 휠체어 앞으로 몸을 숙여 은밀하게
고백했다.
"너의 할아버지는 인생의 비결이 사랑이라는 걸 아셨으며, 또 날마다 그걸
실천하셨다. 나도 무조건적인 사랑이 어떤 거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실천하진 않았지. 그래서 그이가 먼저 가고 나 혼자 뒤에 남게 된
거다."
할머니는 당신이 하시려는 말에 대해 생각하려는 듯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
"나는 그 동안 내 자신이 벌을 받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젯밤 난
깨달았다. 내가 홀로 남게 된 것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걸. 나 역시
인생을 사랑으로 채울 수 있도록 날 남게 하신 거야. 내 말뜻 알겠니?
할머니는 하늘을 손짓해 보이며 말씀하셨다.
"지난밤에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저곳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이
여기에는 있다고 말이다. 사랑은 여기 지상에 살아 있을 때 실천해야만
해. 일단 이곳을 떠나면 그때는 모든 것이 늦지. 그래서 나는 지금
이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생의 선물을 받은 거야."
그날 이후로 할머니를 방문하는 것은 하나의 새로운 모험 여행이었다.
내가 찾아갈 때마다 가기는 자신의 목표를 이뤄 나가는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었다. 한번은 흥분해서 휠체어를 두들기며 말씀하셨다.
"오늘 아침 내가 어떻게 했는지 넌 상상도 못할 거다?
내가 정말로 상상이 안 간다고 대답하자 할머니는 여전히 흥분해서
말씀하셨다.
"오늘 아침 네 삼촌이 내가 한 어떤 일을 두고 화를 냈단다. 난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았어! 오히려 난 그 애의 분노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랑으로
감싸서 기쁨과 함께 돌려줬지.
할머니의 눈이 더없이 반짝거렸다.
그건 재미있는 일이기까지 했고, 내 앞에서 네 삼촌의 화도 눈 녹듯이
사라졌단다.
세월은 예정대로 잔인하게 흘러갔지만 가기의 삶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되어 갔다. 그 뒤 여러 해 동안 할머니를 찾아가 뵐수록 매번 할머니는
사랑의 교훈을 실천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지난 12년 동안 삶의 가치에
해당하는 목표를 갖고 계셨고 삶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알고 계셨다.
가기가 세상을 떠나시기 마지막 며칠간 나는 종종 병원으로 찾아가
뵈었다. 어느 날 내가 할머니의 병실로 들어가자 담당 간호원이 있다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하는 것이었다.
"댁의 할머니는 정말 특별한 분이세요. 이분은 빛 그 자체예요."
그렇다. 하나의 목표가 할머니의 삶을 불꽃으로 만들었으며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타인을 위한 빛이 되셨다.
  
--D. 트리니다드 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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