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마음을] 부탁이에요, 아빠

첨부 1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이상한 일이다. 그런 것들만 기억에 남다니. 인생이 잠자기 무너져 내리고
당신 혼자 그곳에 남겨졌을 때. 그때 당신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것들은
뭔가 크고 중요한 일들이 아니다. 한 해의 계획이라든가, 당신이 성취하기
위해 그토록 아꼈던 어떤 희망들이 아니다. 당신의 기억에 떠오르는
것들은 모두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이다. 그 당시에는 당신이 주목하지도
않았던 사소한 것들 말이다. 당신이 너무 바빠서 별로 주목하지도 않았던,
당신 손을 만지던 어떤 손의 감촉. 또는 당신이 귀담아 듣지도 않던.
희망에 찬 그 어린 목소리의 억양. 거실 창문을 통해 화요일 오후의
활기에 찬 거리 풍경을 응시하면서 존 카모디는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지금은 잃어버린 어떤 크고 중요한 일들을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지라간
세월들, 계획들, 희망과 사랑. 하지만 그는 지금은 그것들에 생각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이 오후엔 그것이 불가능했다.
그 중요한 것들은 그의 마음 뒤편에 깔린 먼 성운들과도 같았다. 그리고
지금 그가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은 이상하게도 매우 사소한 것이었다.
지나간 세월들과 인생의 설계와 크나큰 사랑 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실제로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이주 전, 어쩌면 삼주
전 저녁에 그의 어린 딸이 그에게 한 말일 뿐이었다 이성적으로 분석하면
그것은 큰 의미가 담긴 게 아니었다. 보통의 아이들이 늘 하는 그런
종류의 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기억나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특별한 날, 그는 정기 주주 총회에서 보고할 원고 초안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원고였다. 그것의 성공 여부에 그의 미래가
달려 있고, 그의 아내와 어린 딸의 미래도 달려 있었다. 그는 저녁 식사
전에 그것을 재검토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모든 것이 정확하고
빈틈없어야 했다. 그만큼 그것은 그에게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가 원고의 첫 장을 막 넘기려는 순간에 어린 딸 마가렛이 책한 권을
옆에 끼고 들어왔다. 동화 그림이 풀로 붙여진 초록색 표지의 책이었다.
마가렛이 말했다. "아빠, 이 책 좀봐주세요."
그는 흘낏 책을 바라보고 나서 말했다.
"좋은 책이구나, 새 책이니?
"네, 아빠.
마가렛은 말했다.
"이 책 좀 읽어 주세요."
그가 말했다.
"안 된다, 얘야. 지금은 안 돼."
그가 주주들에게 보고할, 공장의 기계 교체에 대한 문장을 검토하고 있는
동안 마가렛은 그 자리에 그냥 서 있었다 곧이어 소심하면서도 기대에 찬
마가렛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빠가 읽어 주실 지도 모른다고 엄마가 그랬단 말예요."
그는 타이핑된 원고 너머로 딸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미안하다, 얘야. 책은 엄마가 읽어 주실 거야. 난 지금 무척 바쁘거든."
마가렛이 공손하게 말했다.
"아녜요. 엄마가 훨씬 더 바쁘세요. 한 가지만 읽어 주세요. 보세요,
그림이 있어요. 정말 예쁜 그림이죠, 아빠?
"오, 그래. 예쁜 그림이구나."
그가 말했다.
"정말 잘 그린 그림이야. 하지만 아빠는 오늘 밤 할 일이 있단다. 이
다음에..."
그런 뒤에 오랜 침묵이 흘렀다 마가렛은 예쁜 그림이 그려진 페이지를
펼쳐 든 채로 그곳에 서 있었다. 한참 동안 마가렛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2개월 동안의 마케팅 변동 사항과 지역적인 조건
변화에 따른 원인, 그리고 자사 상품 구매를 높이기 위한 수주간의
회의에서 얻어낸 광고 전략 등이 적힌 두 페이지에 걸친 원고를 자세히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정말 예쁜 그림이잖아요. 아빠. 이야기도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마가렛이 다시 말했다
"나도 안다."
그가 마지못해 대꾸했다.
"음. 이 다음에 꼭 읽어 주마. 지금은 혼자서 놀아라
마가렛은 물러나지 않았다.
"아빠도 분명히 재미있어 할 거예요."
"그래? 물론 그럴 거야 하지만 나중에..."
"음. 좋아요."
마가렛이 마침내 말했다.
"그럼 다음에 꼭 읽어 주실 거죠
"그야 물론이지 약속하마.
하지만 마가렛은 가지 않았다. 그냥 착한 아이처럼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었다. 한참 뒤 마가렛은 그의 발치에 있는 걸상에 책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시간이 나셨을 때 아빠 혼자서 읽으세요. 하지만 제가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읽으셔야 해요. 알았죠?
"그래, 알았다. 나중에 큰소리로 읽을께 ."
이것이 지금 존 카모디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미래의 인생 설계
같은 게 아니었다. "혼자서 큰소리로 읽어 주세요. 저도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말예요."하고 말하면서 수줍은 듯 그의 손을 건드리던 예의 바른
딸아이의 손길이 지금 그의 기억을 붙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마가렛이 쓰던 장난감들이 쌓여 있는 구석의 테이블에서 그
책을 집어들었다. 그 책은 이제는 새 책이 아니었다. 초록색 표지에는
얼룩이 생겼다. 그는 책을 들어 예쁜 그림이 그려진 페이지를 펼쳤다.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그의 입술은 단어들을 발음하느라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그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인생의 중요한 것들, 미래에 대한 그의 신중한 계획들,
그런 것들을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잔뜩 술에 취해 중고차를
몰고 거리를 질주한 지금은 살인죄로 감옥에 갇힌 그 미친 운전사에 대한
증오의 감정도 잠시 동안 잊을 수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마가렛과 함께 있기 위해 옷을 입고 현관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아내에 대한 것도 깜박 잊었다.
"어서 가요, 여보. 이러다 늦겠어요."
아내가 나즈막이 그를 재촉했지만 그는 그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존
카모디는 지금 동화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옛날에 검은 숲 속의 나무꾼 집에 한 소녀가 살고 있었어요. 소녀는
너무도 예뻤기 때문에 새들도 나뭇가지에서 소녀를 쳐다보느라 노래
부르는 걸 잊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는 혼자서 그 책을 읽었다. 마가렛도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어쩌면
정말로 마가렛이 듣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마이클 포스터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