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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마음을] 어느 영웅의 이야기

첨부 1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어느 영웅의 이야기

베트남 군사 원조 사령부(MACV)는 나를 별 사고 없이 사이공에서 필리핀에
있는 클라크 공군 기지로, 클라크에서 광으로, 다시 광에서 하와이로
이송시켜 주었다. 하와이에 도착한 나는 무 슨 이유 때문에 내가 전쟁에
참여하러 떠났던가를 새삼 돌이키게 되었다. 거리에는 아가씨와 처녀들이
많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를 미소짓게 만드는 아름다운 여성들이
물결치고 있었다.  성차별주의자. 또는 남성 우월 주의자의 생각처럼
들리는가?
미안하다. 그러나 잊지 말라 그때는 70년대 초반이었다. 남성들은 아직도
여성들을 곁눈질하거나 넋을 잃고 바라볼 권리를 갖고 있던 시대였다.
하와이는 특히 그런 짓을 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나는 하룻밤을 하와이에서 머문 뒤, 호놀룰루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다시
거기서 달라스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모텔에 들어가 낮부터 그 이튿날
아침까지 줄곧 잠을 잤다. 그래도 아직 머리가 멍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만 4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여행을 한 뒤였고. 아직도 몸은 사이공의
시간대에 있었다 나는 또 내 자신이 그 필연적인 만남을 거부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난 신디 콜드웰을 대면하는 게 두려웠다. 신디에게
그녀의 남편이 죽었으며 난 살아남았다고 말하는 것이 두려웠다. 죄책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달라스 공항에서 버스를
집어타고 나는 다시 4백 킬로미터 떨어진 텍사스의 뷰먼트로 향했다.
텍사스는 추웠다. 나 역시 추웠다.
나는 벨을 누르지도 못하고 현관에 서 있었다. 어떻게 한 여성과 그녀의
아이들에게, 그들 삶 속에 있던 한 남자가 다시는 집에 돌아 올 수 없다고
말할 것인가? 난 너무 괴로웠다. 도망치고 싶은 강한 욕망과. 내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준 한 남자와의 약속 사이에서
괴로워했다. 난 무슨 일이 일어나 주기를 기다리며 막연히 그곳에 서
있었다. 나로 하여금 초인종을 누를 수 있도록 도와 줄 무슨 일인가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난 현관문 앞에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얼어붙은 채
마냥 서 있었다. 나는 또다시 콜드웰의 조각난 시신을 떠올리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갈색 눈을 들여다보았으며, 그의 고통을 느꼈다.
백번도 넘게 그것들이 내게 떠올랐다.
나는 울었다. 그를 위해 울었고, 그의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울었다. 난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내 자신은 살아남았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 비극적이고 무의미한 전쟁에 서 사라졌다는 기억을 안은
채 살아가야만 했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그
전쟁에서.
석탄재를 깔아 굳힌 도로에 타이어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나를
궁지에서 꺼내 주었다. 어떤 낡고 부서지기 직전인 빨간 색
플리머스(미국산 자동차의 하나) 택시 한 대가 길가에 서고 중년의 혹인
여자가 내렸다. 셜록 흠즈식 누더기 모자를 쓴 늙은 혹인 운전사도 함께
내렸다. 그들은 벙어리가 된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나를
쳐다보았다. 백인 남자가 이 완전한 흑인 동네에 와서 윌 하고 있는 걸까
의심하는 눈초리였다.
나는 여전히 그들을 바라보며 그곳에 서 있었다. 그들은 뭐라고 얘길
나누더니 갑자기 여인의 얼굴이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들고 있던
꾸러미를 바닥에 떨어뜨리더니 비명을 지르면서 나를 향해 돌진해 왔다.
운전사가 뒤에서 뭐라고 소리쳤지만 여자는 한번에 두 계단씩 단숨에
뛰어올라 양손으로 내 코트를 움켜잡고 소리쳤다.
"뭐야, 어서 말해! 넌 대체 누구고. 내 아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오, 하나님 ? 난 생각했다. '콜드웰의 어머니를 만났군.' 나는 손을 들어
여자의 손을 잡으며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 이름은 프레드 펄스이고 전 지금 신디 콜드웰을 만나러 왔습니다.
여기가 그 여자의 집인가요?
여자는 날 쳐다보면서 내가 방금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한참 뒤 그녀는 마구 떨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이 어찌나 격렬히
몸부림치는지 내가 두 손으로 잡고 있지 않았다면 그녀는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질 뻔했다. 나는 그녀를 움켜잡은 손에 잔뜩 힘을 주었다. 그
바람에 우리는 큰소리를 내며 현관 덧문에 부딪쳤다.
택시 운전사가 나를 도와 여자를 부축하기 위해 다가왔다.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 신디 콜드웰이 이 광경을 목격했다. 한 낯선 백인 남자가 자기가
아는 혹인 여자를 움켜잡고서 자신의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신디
콜드웰은 당장에 행동에 돌입했다.
신디는 순간적으로 문을 반쯤 닫고 돌아서더니 12구경 권총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권총은 그녀의 두 손에 아주 능숙하게 들려져 있었다 그녀는
악다문 이빨 사이로 말했다.
"우리 엄마에게서 손 테고 어서 내 현관에서 꺼져?
나는 뿌연 유리를 통해 그녀를 보았다. 오해로 말미암아 거기서 죽음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말했다.
"만일 내가 손을 놓으면 이 부인은 현관 아래로 굴러 떨어집니다.
택시 운전사가 그녀의 시야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신디의 태도가 조금
누그러졌다 그녀는 운전사에게 물었다.
"메이나드, 대체 무슨 일이에요?
운전사가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 백인 남자가 현관에 서
있었고, 네 엄마가 그에게 소리치면서 네 오빠 케네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소리쳐 물었지."
그녀는 눈에 의문 부호를 담고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말했다.
"내 이름은 프레드 펄스이고, 만일 당신이 신디 콜드웰이라면 난 당신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권총을 쥔 그녀의 손이 내려졌다. 그녀가 말했다.
"맞아요, 제가 신디 콜드웰이에요.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들어오세요. 엄마를 좀 부축해 주시겠어요?
부드럽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부드럽게, 나는 신디의 어머니를
부축해 현관을 지나 열려진 덧문 안으로 들어갔다. 택시 운전사가 우리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와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다 길에 떨어뜨렸던 쇼핑
봉지를 내려놓았다. 그는 떠나야 할지 아니면 좀더 있어야 할지, 그리고
내가 누구며 내 생각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지 못해 의아한 표정으로
그곳에 서 있었다.
나는 신디의 어머니를 부축해 푹신한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몇 걸음
물러나서 기다렸다. 견디기 힘든 침묵이 흘렀다. 내가 헛기침을 하고 말을
막 시작하려 할 때 신디도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다.
"미안합니다. 먼저 말하시죠."
신디가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언제나 권총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건 아녜요.
하지만 문짝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긴장이 돼서 내다봤는데 당신이 엄마를
붙잡고 현관에서 있는 게 보이길래 난 단지 . .."
내가 말을 가로막았다.
"아닙니다. 사과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도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모르니까요,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구요."
그녀가 물었다.
"커피 드시겠어요? 그리고 그 젖은 코트를 벗으시죠. 감기 걸리겠어요."
내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커피도 마시고 싶고, 코트도 벗을 수 있으면 좋겠군요."
다행히 코트를 벗으면서 나는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걸보고 신디의 어머니와 택시 운전사 메이너드는
안심이 된 듯했다. 나는 두 사람에 의해서 매
우 주의 깊게 관찰 당하고 있었다. 나는 시험에 통과한 게 틀림없었다.
신디의 어머니가 손을 내 밀며 말했기 때문이다.
"난 아이다 메이 클레먼스이고, 이 사람은 내 친구 메이너드예요. 자리에
편안히 앉아요." 그녀는 맞은편에 놓인 또다른 푹신한 의자를 가리키며
어서 앉으라고 고갯짓을 했다.
나는 그것이 마크 콜드웰의 의자임을 알았다 난 지금 그의 의자에 앉아서
그의 가족에게 그의 죽음을 알리려 하고 있었다. 거의 의지를 상실하기
직전이었다. 의지를 되찾기 위해 난 안간힘을 썼다. 지금 나는 매우 얇은
살얼음 위를 걷고 있었다. 나는 깊은숨을 들이쉰 다음 천천히 내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아이다 메이, 좀전에 놀라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전 부인의
아드님 케네트를 모릅니다. 아드님이 어디에 있지요?
그녀는 의자에서 몸을 꼿꼿이 세워 앉았다.
"내 아들 케네트는 해병 대원이고 남부 베트남의 사이공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배치되었다오. 2주일 후면 집으로 돌아오기로 되어 있지요."
내가 말했다.
"아드님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니 저도 기쁩니다. 대사관 근무는 할
만하지요. 안전하기도 하고. 아드님이 곧 집에 돌아온다니 정말
기쁘겠군요."
부인은 내 짧은 머리와 철 지난 옷들을 보더니 물었다.
"청년도 군복무 중인가요? 역시 베트남에 있다가 왔나요?
내가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어제 막 돌아왔습니다, 아니면 그저께라고도 할 수
있구요. 시차가 13시간이나 돼서 그것이 어젠지 오늘인지 아니면 내일인지
약간 정신이 없습니다."
부인과 메이너드는 나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내가 막 말을 끝냈을 때 신디가 쟁반에 커피와 쿠키와 크림 설탕 등을
얹어 갖고 거실로 들어왔다. 커피 냄새가 굉장했다.
나는 어서 빨리 한 잔 마시고 싶었다 분위기를 가볍게 해주고 내 손이
떨리는 걸 막아 줄 어떤 것이라도 좋았다. 우리는 좀더 이런저런 얘길
나누었다. 마침내 신디가 말했다.
"프레드, 당신을 만나 얘길 나누니 무척 즐겁군요. 그런데 무엇이 당신을
이곳까지 오게 만들었는지 무척 궁금하군요."
바로 그 순간 현관문이 활짝 열리더니 두 명의 어린 소녀가 우아한
걸음걸이로 걸어 들어왔다 두 소녀는 거실 쪽으로 두세 걸음 걸어
들어오더니 자신들의 새 옷을 자랑하기 위해 과장된 몸짓으로 한 바퀴
돌아 보였다. 그들을 따라 어떤 중년 부인이 갓난아기를 안고 들어왔다.
내 존재와 내 임무는 잊혀졌다. 우리 모두는 소녀들과 그들이 입은 새
옷을 향해 "와?  "야? 하고 감탄사를 보내면서 저마다 예쁘다고 한 마디씩
했다. 그리고 그토록 아름다운 새 옷을 갖게 돼서 얼마나 행운인지
그들에게 말했다.
흥분이 가라앉자 소녀들은 공작 놀이를 하러 주방의 식탁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신디가 돌아와서 말했다.
"프레드, 이쪽은 제 시어머니인 플로렌스 콜드웰이세요. 플로렌스, 이쪽은
프레드에 ,
내가 얼른 말했다.
"프레드 펄스입니다."
"프레드는 방금 우리에게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하려던
참이었어요."
나는 깊이 숨을 들이키고 나서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말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몇 주전에 저는 북부
베트남의 P.O.W. 포로 수용소에서 탈출했습니다."
난 시선을 돌려 신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포로로 갇혀 있던 어느 날 당신의 남편 마크가 거의 초주검이 된
상태에서 내 감방으로 끌려왔습니다. 그는 북부 베트남에서 작전 수행
중에 총격을 당했고, 포로가 되어 내가 갇힌 포로 수용소로 온 겁니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는 너무 심하게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우리 둘
다 그가 곧 죽게 되리라는 걸 알았습니다, "
신디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시선은 내게 못 박힌 채 목구멍 너머에서
나지막이 비명이 새어 나왔다. 아이다 메이와 플로렌스 둘 다 숨이
멎었으며, 메이너드는 낮게 소리쳤다.
"오, 하늘에 계신 하나님?
"마크는 내게 약속을 하나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한 가지
약속만 해 주면 나를 포로 수용소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 주-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난 그가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난 그를 위로하기 위해서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눈물을 홀리고 있었고, 난 자신을 수습하기 위해 잠시
말을 중단해야만 했다. 나는 신디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멀리 떨어진 어떤 곳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았다. 그녀의 눈은
눈물 때문에 반사되고 손안에선 울음이 쏟아져 나왔다. 자신을 가다듬고
나서 난 말을 이었다.
"마크는 말했습니다. '텍사스로 가서 내 아내 신디에게 말하겠다고 약속해
주게. 신디는 아직도 내 핀업 걸(벽에 핀으로 꽃아 놓는 인기 있는 미인
등의 사진)이고, 내가 죽으면서 그녀와 내 딸들을 생각했다고 전해 주게.
그것을 약속할 수 있겠나?
난 말했습니다.
'그래, 마크. 약속하지. 꼭 텍사스로 가겠어.'
마크는 내게 이 사진과 함께 자신이 끼고 있던 결혼 반지를 건네주더군요.
내가 하는 말이 진실이라는 걸 당신들에게 믿게 하기 위해서죠.
나는 반지와 사진을 신디에게 건네주면서 잠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나서 몸을 숙여 내 코트의 안쪽 호주머니에서 칼하나를 꺼냈다.
"마크는 자신이 숨기고 있던 이 비상용 칼을 내게 주었습니다. 내가
말했죠. '고맙네, 마크. 어쨌든 약속하겠어. 텍사스로 가겠어
그런 뒤 난 물었습니다.
다른 할말은 없나?
그러자 마크가 말했습니다.
'있어. 날 좀 잡아 주겠나? 그냥 날 잡고 있어 줘. 난 혼자 죽고 싶지
않아.'
난 마크를 무릎에 껴안고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흔들어 주었습니다. 그
동안 그는 계속 중얼거렸습니다.
'잘 있어, 신디. 당신을 사랑해. 딸아이들이 커 가는 걸 함께 볼 수
없어서 미안해'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내 팔에 안겨 평화롭게 숨을 거두었습니다.
나는 신디에게 말했다.
"신디, 당신이 이것을 알아주길 바랍니다. 난 당신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너무 심한 부상을
입었어요. 난 어떻게 지혈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난 의료 장비가
아무것도 없었어요. 난...."
나는 그만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그러자 소녀들이 거실로 돌아왔다.
그들은 우리 모두가 왜 슬퍼하는지, 왜 울고 있는지 알고 싶어했다. 나는
신디를 바라보았다. 우린 둘 다 알았다. 내가 다시 이 과정을 거칠 수
없으리라는 걸, 그래서 신디는 딸들에게 내가 나쁜 소식을 가져왔지만
모든 것이 곧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딸들은 다소 안심이 됐는지 주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더 가까운 쪽에서 놀기 시작했다.
나는 마크의 용감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다시 말을 시작했다.
"마크가 내게 준 그 칼은 경비병들을 물리칠 힘을 주었고, 나 말고도
수용소에 갇혀 있던 열두 명의 다른 미군들을 탈출하게 해주었습니다.
당신의 남편은 영웅이 됐습니다. 남편 덕분에 12 명의 다른 미군들이
자유를 찾았고 난 지금 여기에 앉아 있게 된 겁니다. 그의 의자에 앉아서
이렇게 그의 죽음을 전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소식을
당신에게 전해서 정말 뭐라고 죄송하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또다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신디가 의자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와
나를 달랬다. 그토록 큰 손실을 입은 그녀가 오히려 날 위로해 주고
있었다. 난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그녀로부터 존경받는 느낌도
들었다. 그녀는 손으로 내 얼굴을 받쳐들고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영웅은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에요. 내 남편 마크와 당신 프레드 두
사람. 당신 역시 영웅이에요. 고마워요. 이곳까지 와서 직접 소식을 전해
줘서 정말 감사드려요. 당신이 이곳에 와서 나를 만나고 나에게 내 남편이
죽었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난 알아요. 당신은
정말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예요. 당신은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켰어요. 많은 남가자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나는 어리둥절해서 그곳에 앉아 있었다. 난 자신을 영웅이라고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지금 자신에게 닥친 슬픔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내가 영웅이라고, 존경스런 남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죄책감과 분노뿐이었다. 난 살아남았고 그녀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마크는 죽었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그리고
어리석고 무의미한 전쟁에 대한 강렬한 분노였다. 그 엄청난 손실, 그
상처 ! 난 내 조국도. 내 자신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런데 여기 엄청난
손실을 당한,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이 나를 용서하고 내게 감사해 하고
있었다. 난 그 말을 곧이 들을 수가 없었다.
나는 또 정부를 향해서도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왜 그들은 이 여성에게
와서 그녀의 남편에 대해 말해 주지 않는가? 마크 콜드웰의 시신은 어디
있는가? 왜 시신이 이곳에 없는가? 왜 그는 정당한 장례 절차와 조문객을
맞이할 수 없단 말인가? 왜? 도대체 왜?
잠시 후 내가 말했다.
"내가 마크의 시신을 남부 베트남으로 옮겼습니다. 마크의 장례식에 대해
곧 해군에서 당신에게 연락이 올 겁니다. 그때 내가 이곳에 오지
못하더라도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내가 당신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부디 알아주십시오. 난 당신들을 언제나 기억할 겁니다."
우리는 잠시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런 다음 나는 메이너드에게 나를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다 달라고 부탁했다. 달라스 행. 버스를 탈 수 있도록. 난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몹시 취하고 싶었다.  아주 오래오래 취해 있고
싶었다.
프레데릭 E. 펄스 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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