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숨 한 번 쉬는 거리

혹시 이 세상을 떠나 영원한 나라로 들어서는 사람을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는가? 내게는 그런 경
험이 몇 번 있었다. 한번은 절친한 친구의 시아버지가 계신 병원을 방문했을 때였다. 침대에 누워
있는 키가 큰 95세의 시어른은 잿빛에 가까운 얼굴로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숨을 몰아쉬고
계셨다. 친구는 시누이와 함께 몇 시간째 시아버지의 병상을 지키고 있던 중이었다. 내가 병실에 들
어서자 두 사람은 반갑게 나를 껴안았고, 우리는 잠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침대를 뒤로
하고서 나를 향해 서 있었기에 나는 그 두 사람과 침대에 누워 계시는 분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동안 조용히 숨을 쉬고 있던 그분이 갑자기 소리 없이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
후로는 꼼짝도 하지 않으셨다. 나는 친구를 향해 낮은 음성으로 조용히 말했다. “시아버님이 하늘나
라로 가신 것 같아.” 그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친구와 시누이의 손을 잡고서 하나님께 그분의 생애
에 대해, 그 가족에 대해, 그리고 그분이 이생을 떠나 고요히 저 세상으로 향한 것에 대해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병원을 나오는 길에 죽음이 얼마나 간단하고 순간적인가 하는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쳤다. 조금 전
까지도 이 세상에서 살아 숨 쉬던 친구의 시아버지가 순식간에 천국에 가 계셨다. 나는 혼자 중얼
거렸다. “천국이 숨 한 번 쉬는 거리에 있구나!”
- 「위기 속에서 만난 주님」/ 앤 그레이엄 로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