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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병 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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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병원에 입원한 지 일주일이 지났고 수술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저 “참 안됐군. 빨리 나아야 할 텐데” 하고 형식적으로 한마디했을 뿐이다.
그와는 어린 시절 친구였지만 솔직히 별로 걱정되지는 않았다. 최근 수년 간
그의 행동들은 나를 짜증나게 했기에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터였다. 그와는 어울리는 친구 부류도 달랐으며, 정치적 견해도 달랐다. 소식을
전해들은 날 밤, 어째 잠이 오질 않았고, 나도 모르게 그를 생각하다 보니
학생 때 맹장 수술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팠지만 병 문안을 온 이들에게
아기처럼 관심을 받을 수 있어 기뻤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친구도 병 문안을
왔던 사실을 잊어먹고 있었다. 침대 옆에 앉아 몇 시간이고 내가 아픔을 잊기를 바라던 그가 아닌가? 퇴원한 다음에는 빠진 수업 내용들을 설명해주고 밀린
공부를 도와주지 않았던가? 아, 그 아름다운 시절들을 채워주던 친구가 지금
병원에 누워 있는데 나는 그가 어디가 아픈지조차 모르고 있다. 형제가 없어
나를 자기 친형제처럼 대했던 그였다. 그랬던 우리가 대체 무엇 때문에 서로를 적처럼 여기며 갈라서게 되었던 것일까? 그래, 그를 꼭 찾아가자. 그리고
내 자신을 용서받자. 일주일 뒤가 명절이니까 명절 지낸 뒤에 찾아가자.
… 친구와 화해하기까지 왜 그토록 오랜 세월이 걸렸고 왜 일주일을 더
지체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어쨌든 명절이 지난 뒤 틈이 날 때마다 그를 찾아가서 나를 용서해주기를 간구하며 그의 무덤 앞에서 쿠란을 읽고 있다.
- 쥬네이드 수아비, 민미디어, <삶이 주는 선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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