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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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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입구에서 40대 중늙은이가 애를 먹고 있었다. 그분 역시 난장이처럼
쪼그라든 몸매였다. 그분은 전철 승차권이 구멍으로 빨려들어가지 않는데도,
연신 애를 먹으며 승차권을 그 구멍으로 들이밀고 있었다.
보다 못한 역무원이 “다른 데 넣으면 되잖아요!” 하며 짜증 섞인 목소리를
뱉아내었다. 그 사람은 더욱 당황한 표정으로 주춤거리며 서 있었다.
승차권은 이미 여러 번의 실패를 입증하듯이, 몹시 구겨져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여자는 전철 승차권을 반듯이 펴서 대신 넣어주었다.
그러나 승차권이 통과되었는데도 그 사람은 그냥 제자리에 서서 들어갈 줄을
몰랐다. 겨우 여자가 등을 떠밀어줌으로써 승강장 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그 남자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 목소리가 멀쩡해보였기에,
더 애석한 마음이 들었다. 갈 길대로 전철에 올라타고서야, 그녀는 자신의
승차권과 그 사람의 구겨진 승차권을 바꿔주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출구에서 그 남자는 다시 한 번 곤욕을 치르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왜 좀더 영민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주지 못했던가?
우리는 배운 게 없어도 사지만 멀쩡하다면, 얼마든지 세상의 불행한 인생들에게 손 내밀어줄 수 있다. 거창하게 민주주의와 노동해방을 외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늘진 세상에 그야말로 햇볕 한줌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은 용기 있는 자이다. …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것들이라는 생각을 늘 버리지 말아야 한다.
- 한상봉, 울림, <연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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