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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우리 동네 과일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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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단지 앞에 과일 노점상이 하나 있다. 새로 지은 아파트라서 상가가 생기기 전에는 아쉬운 대로 그곳에서 사기도 했다. 그러나 입주가 마무리되고
상가도 형성되자 주민들은 차츰 그 과일가게를 귀찮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곳에 트럭이 서 있는 줄 모르고 우회전하던 차들이 급정거하는 바람에 자칫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주민들은 그 가게가 없어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어떤 주민들은 그 노점상을 쫓아내달라고 강력하게 고발하기도 하였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과일가게 아저씨는 한결같이 주민들을 보면
깍듯이 인사했다. 가게를 마련할 여유가 없으니 만치 진열한 물건도 주인처럼
초라해 보였다. 언제 들여놓은 건지 거무죽죽한 홍시가 몇날 며칠 그 자리에
있는 걸 보면 사고 싶은 마음이 자라목처럼 숨어들기도 했다. 지난 겨울 볼일이 있어 늦게 귀가하던 참이었다. 유난히 추운 날씨여서 두꺼운 털옷을 입고도
발을 동동 구르며 발길을 재촉하던 나는 그 과일가게 앞에서 그만 발길을
멈추고 말았다. 밤 11시쯤 되었는데 그제야 주섬주섬 물건을 차에 싣고 있는
그 노점상 가족들을 목격한 것이다. 다리를 저는 아내와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이 서로 힘을 합해 차곡차곡 과일을 차에 싣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추운데 고생이 많았다며
차에 들어가 몸 좀 녹이라고 가장의 등을 떠미는 가족과 괜찮다고 상자를
번쩍 들어 차에 올리는 아저씨. 그들은 간간이 웃어가며 과일을 다 싣고 말끔히 뒷정리를 끝내곤 차를 타고 떠났다. 그날 이후로 난 그 가게의 단골이 되었다.
- 정선모, <국민일보> 2001년 3월 16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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