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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구두쇠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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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등학교 3학년이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빠와 엄마를 무척 원망하며
살았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것, 못생긴 것, 공부 못하는 것 등 모든 것을
아빠 탓으로만 여기면서 살아왔다. 내게 아빠는 늘 명령만 하고 저녁 밥상
앞에서도 혼만 내는 그런 아빠였다. 용돈은 버스비만 주는 구두쇠 아빠!
컴퓨터는 새 것으로 바꿔주기는커녕, ‘업그레이드’라는 말조차 모르는 그런
아빠. 나는 이 모든 것이 불만이었다. 언젠가 내 생일날 외식하자면서 친구들을 부르라고 하여 가까운 친구들을 불렀다. 그때는 정말 기대에 부풀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백화점 6층 식당가였다. 그렇지만 답은 뻔했다. 자장면!
친구들 앞에서 너무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아빠!” 하고 앙칼지게
소리치며 도망쳐나왔다. 그날은 진짜 너무나 아빠가 미웠다. 내 방에서 한없이 울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아빠는 내 방문 밑으로 편지봉투 하나를 밀어넣고 출근하셨다. 차세대 주택종합통장과 한 줄의 메모를…. “유미야! 친구들 자장면 값이 빠졌단다.” 금액은 5백만 원. 1993년 1월부터 매달 3만 원씩 부어온 9년짜리 적금이었다. 아빠는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대학등록금을 준비해오셨던
것이다. 9년 동안 자신의 용돈을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저축을 해오신 것이다.
“아빠, 불쌍한 우리 아빠….” 자정이 넘어 퇴근하시고, 이슬 맞으며 출근하시는 나의 아빠였다. 아빠는 경찰관. 몸이 아프셔도 한 번도 내색을 안 하시는, 아니 못하시는 가엾은 아빠. 나는 다짐했다. 이번 대학시험에 꼭 합격할 것을.
- 이유미, <한겨레신문> 2001년 9월 20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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