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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아파트의 노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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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을 마치고 우리 5남매는 외국으로, 대도시로, 수녀원으로 모두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났다. 부모님 두 분만 덩그렇게 남아서 지내시더니 어느 날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를 하셨다. 그 소식을 듣고 곧바로 떠오르는 신문기사가 하나
있었다. 돌아가신 지 며칠 만에 발견되었다는 아파트의 외로운 노인.
왠지 삭막하게 느껴졌다. 두 분도 내심 걱정이 되었나보다. 항상 인기척이 있어서 좋다고 1층 엘리베이터 바로 앞집을 선택하신 것을 보면. 얼마 후 예상과는 달리 부모님의 아기자기한 아파트 생활 이야기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베란다 앞
잔디밭에 넝쿨장미, 향나무를 사다 심어 예쁘게 가꾸어놓았더니 정원 있는 집
안 부럽다고. 식구 없는 우리 집이 반모임 단골장소가 되었다고. 위층에 사는
교사부부가 아침마다 약수터 물을 떠다주며 안부를 묻는다고. 그렇게 사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폐암말기 선고를 받고 한 달 만에 돌아가셨다. 많은 사람들의
넘치는 위로와 기도 속에 모든 장례절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에 와서
먼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었다. 따뜻한 호박죽이었다. 이웃이 미리
준비해놓은 것이었다. 허탈한 마음에 무엇을 챙겨먹기도 서먹한 우리에게 참
요긴하고 적절한 식사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성당 자매님들이 준비해서
보내온 정성스러운 삼우제 제물을 보고 우리 형제들은 모두 감동해버렸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그 보따리들을 주렁주렁 들고 아버지 묘지를 향하는 우리 가족의 모습은 아마도 소풍을 가는 모습이었으리라. ‘아버지, 감사합니다.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 모였어요. 그리고 이 음식들 보세요. 세상에 고마운 분들이 참 많지요?’
- 조성숙, 서울시 강북구 미아6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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