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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누구를 지나쳐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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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길에 나는 주로 지하철을 탄다. 4호선을 탄 다음 동대문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탄다. 그곳에는 환승용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지 빨라진다. 아무도 앞세울 수 없다고….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도 바삐 걷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오른편에 몸을 바짝
붙이고 쉬지 않고 걷는 그들을 숨가쁘게 바라본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걷지 않는 나도 은근히 조급해진다. 1호선으로 갈아타고 시흥역에 도착할 때
또 진풍경이 벌어진다. 나도 이젠 어느 칸에 타야 내린 다음 바로 계단으로
이어지는지 잘 안다. 내가 타고 있는 그 기차칸에는 시흥역에서 내릴 사람들이 제일 많다는 뜻도 된다. 기차가 멈추면 사람들이 한꺼번에 계단을 향해
몰려든다. 계단에 첫 발자국을 찍겠노라 비장한 각오를 한 것만 같다.
우연히 시흥역이 낯선 듯한 승객 하나가 감탄사를 내뱉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우와, 시흥동에는 사람들이 무지 많이 사나 봐.” 어차피 걷는 길은 똑같은데도 일초라도 아끼려고 머리를 분주히 굴리는 사람들이 달려간다.
그래야 뭔가를 놓치지 않고 빼앗기지 않았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날마다 숨가빠하면서도 내 발걸음도 따라서 빨라진다. 늘 지각하고 멍청하게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내가 지하철 타러 갈 때에는 마음부터 바빠진다.
휑하니 바로 앞에서 달아나버리는 지하철을 볼 때에나 달리듯 걷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초조해진다. 그럴 때마다 혼자 묻는다. 달리기 선수마냥 뛰는 내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누군가가 있을까? 나는 누구를 지나쳐왔을까?
- 황혜원,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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