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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우동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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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겨울, 군입대 영장을 받아서 의기소침해 있던 나는 매일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지냈다. 그날도 초저녁부터 친구들 만날 약속으로 시내로 나갔다.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다가 자정쯤이 되어서야 헤어졌다. 하지만 난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 혼자 터덜터덜 거리를
배회했다. 왠지 모든 것이 불공평한 것 같고 화가 났다. 한참을 어슬렁거리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져서 우동가게에 들어갔다. 새벽인데도 우동가게 안은 야간쇼핑을 즐기는 젊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동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지저분한 점퍼에 얼룩진 가방을 멘 어떤 아저씨가 들어왔다.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굶어서 그러는데 우동 국물 좀 먹을 수 있을까요?”
주눅든 목소리. 옆의 한 아가씨는 들릴 정도로 짜증을 냈다. “뭐야 정말, 밥맛
떨어지게스리….” 머쓱하게 서 있던 그 아저씨에게 말을 건넨 사람은 주인
아줌마였다. “이리 앉으세요. 드릴게요.” 그리고 잠시 후 아저씨의 테이블에
놓인 것은 우동 국물이 아니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볶음밥이었다. 그 아저씨의 숟가락이 잠시 떨리던 것을 나는 보았다. 아저씨가 식사를 다 하고 나가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재빨리 나오더니 아저씨 손에 지폐 한 장을 쥐어주었다.
“힘내세요.”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갔다. 아주머니는 조금 전까지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오른다며 한숨을 쉬던 분이었다. 난 계산을 하며 “아줌마, 여기 우동 정말 맛있네요”라고 말했다. 우동가게를 나오자 추운 바람은 여전했지만 난 춥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 장재호, 월간 <리더스다이제스트> 2001년 7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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