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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참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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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나무껍질 속에서 고치 한 마리를 발견한 어느 날 아침을 잊지 못한다. 그때 그 고치에는 막 나비가 구멍을 내면서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다. 그러나 나비가 밖으로 나오는데 너무 오래 걸렸고,
나는 참을성이 없었다. 몸을 구부려, 고치의 껍질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기 위해 거기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주었다.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그걸 따뜻하게
덥혀주었고, 그러자 내 눈앞에서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생명보다 더 빠른 기적이었다. 고치의 껍질이 열리고, 나비가 천천히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아마도 그때 내가 보았던 끔찍한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나비의 날개는 뒤로 접혀져 있었고 구겨져 있었던 것이다. 가엾은 나비는
부들부들 떠는 몸으로 온 힘을 다해 날개를 펴려고 애썼다. 나는 다시 몸을
구부려 내 입김으로 도와주려고 했지만, 헛일이었다. 나비가 스스로의 힘으로
껍질을 열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날개가 펴지는 것은 햇볕 속에서
서서히 이루어지는 과정이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내 입김은 나비를 때이르게 밖으로, 구겨진 채, 나오게 강요하였던 것이다. 나비는 필사적인 몸부림을 친 뒤, 몇 초 후, 내 손바닥 안에서 죽어버렸다. 그 조그만 몸은 일찍이 내 양심을 짓누르는 가장 무거운 짐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왜냐하면 오늘날 자연의 위대한 법칙을 침해하는 것이야말로 용서할 수 없는 죄악임을
나는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코 서둘러서는 안된다. 참을성 없게
행동하면 안된다. 우리는 영원한 리듬에 마음을 놓고, 순종하지 않으면 안된다.
- 니콜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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