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아이들이 내민 손

첨부 1


나를 난민구호 활동으로 이끈 결정적인 사건은 20년 이상 내전 중인
아프가니스탄의 한 자생 난민촌에서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호기심 많은
아이들과 손짓, 발짓 섞어가며 한참을 재미있게 놀았다. 남자 아이들에게는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여자 아이들에게는 삼색 볼펜으로 꽃반지를 그려주니
얼굴이 당장 환해진다. 그러나 나를 보는 어른들의 눈총은 견딜 수 없이
따가웠다. 외국인과 얘기를 했다고 반군들에게 받을 추궁이 무서웠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전쟁이 끝날 때까지 꼭 살아남아 달라고 마음속으로 당부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누군가 수줍게 웃으며 빵을 건네주었다. 지뢰를 밟았는지
왼쪽 다리가 없이 목발을 짚고, 오른쪽 발꿈치 아래가 잘려나간 여자 아이였다. 얼마 만에 생겼는지, 또 언제 다시 생길지 모르는 귀한 양식을 자기와 놀아준 ‘친구’에게 주려는 것이다. 한순간 어쩔까 망설였다. 이 빵을 아이가 먹고
배가 부른 것이 좋은 건지, 내가 먹어 내가 이 아이들의 친구라는 걸
알리는 것이 좋은 건지 찰나의 망설임 끝에 나는 빵을 받아 한입에 베어물었다. 그러자 같이 있던 아이들은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순간 가슴 밑바닥에서 마그마처럼 뜨거운 것이 솟아 올라왔다.
그날 나는 마음을 굳혔다. 여행이 끝나면 난민 기구에서 일하리라고.
특히 아이들을 위해 나를 아낌없이 쓰겠다고.
- 한비야, 푸른숲,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에서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