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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비닐하우스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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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안성간 국도를 지나다 밭두렁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비닐하우스가 한 채 있다. 공도성당이라는 나무팻말이 걸린 그곳이 내가 다니는 본당이다. “이제부터 공도성당으로 가세요.” 작년 판공 즈음에 사무장님은 우리 주소지가 새로 생긴 공도본당 구역이라고 일러주셨다. 우리 가족은 새 살림이 난 성당이 어떤 곳인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는 금방 실망으로 다가왔다. 조그만 건물의 낡은 지하실, 퀴퀴한 냄새와 습기로 얼룩진 계단을 내려가면서
‘아이고, 이런 데서 어떻게 미사를 드리나’ 하는 불평이 나왔다. 우리 가족은
앉을 자리조차 부족한 미사 시간이 내내 불편할 뿐이었다. 그 후 우리는 다시
대천동성당이나 미리내 성지로 발길을 돌렸다. 주일을 거르지 않고 의무를 다하는 만족감은 충분했다. 그러던 어느 주일에 공도성당의 신부님께서 대천동성당에
오셨다. 새 성전을 짓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는 부탁을 멋쩍고 힘들게 하고
계셨다. 아, 얼마나 죄스럽고 민망하던지 나는 그만 눈물이 나올 뻔했다.
성전을 짓느라 고생하는 신부님과 교우들을 생각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우리 가족은 다시 지하실 성당에 가서 나란히 앉았다. 우리 가족이 자리를
차지한 성당은 더욱 비좁아졌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답답하고 불편하지
않았다. 며칠 전, 우리 성당은 새 성전 부지인 밭 가운데 비닐하우스로 이사를 했다. 비닐로 하늘을 가린 흙바닥에서 봉헌하는 미사는 참 은혜로웠다. 신부님은 이런 경험이 오래도록 아름다운 추억이 될 거라고 하셨다. 정말 그럴 것 같다.
- 정경자, <수원주보> 제915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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