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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누렁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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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해 때 주인 내외를 구하고 죽은 누렁이 벤. 적적하게 지내던 노부부에게 벤은 자식이고 손주였다. 그런 벤을 위해 할아버지는 마루 옆에다가 손수 집을 지어주셨다. 벤은 언제나 마루턱에 얼굴을 괴곤 물끄러미 방안을 쳐다보길
좋아했다. 물론 그렇게 잠도 잤다. 마루에서 내외가 식사를 하면 한번도 짖거나 조르지 않고 얌전히 기다렸다. 그리고 상이 치워지면 그제서야 밥을 달라고
컹컹대곤 했다. 벤이 꼬리치는 모습에는 차이가 있었다. 보통 좋아하는 사람은 가로로 꼬리를 흔들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언제는 원을 그리며 꼬리를
흔들어댔다. 그러다 37년 만에 처음이라는 큰 비가 내렸다. 신림동 골목길의
자동차도, 집도 떠내려갈 만큼 큰 비였다. 그 밤에 노부부는 세상 모르고
주무시기만 했다. 그러나 벤은 자꾸 대문 밑으로 들어오는 빗물을 보면서 있는 힘을 다해 시멘트에 박힌 철봉을 뽑아냈고, 방으로 뛰어들어 노부부를 깨웠다. 그렇게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정신없이 문을 나서자마자 벽이 무너졌다.
시커먼 물이 쏟아져 들어왔고, 동네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간신히 몸을
피한 두 분은 순간 벤을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그러나 이미 물이 집안 가득 찬 뒤라 돌아갈 수 없었다. 힘든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다. 벤의 낯익은 짖음은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다. 뽑아낸 철봉 때문에 도저히 물살을 헤치고 나올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3일 동안 벤을 곁에 두셨고, 바로 보이는 앞산에다 묻어주셨다. 죄많은 주인을 만나 대신 갔다며 가슴 아파하셨다.
지금도 이렇게 동물들은 인간에 대한 거짓없는 사랑과 충정을 가르쳐준다.
- 김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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