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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쌍둥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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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디오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크게 용기를 내서 다큐멘터리 ‘사랑’을 보기로 했는데, 눈물을 흘리다 보니 막내가 수건을 엄마 손에 쥐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끝까지 비디오를 보고 나니,
갑자기 아이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전혀 예기지 못한 상황에 이 못난 엄마가 당황하고 있는 동안 지윤이는 너무도 서럽게 한참을 울더니
조용히 잠이 들었습니다. 재채기질을 하며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그저 가슴만 답답합니다. 아직 채 두돌이 되지 않은 아이에게 너무 큰 아픔을
느끼게 한 것 같다는 자책이 들면서, 이제 그만 쌍둥이의 물건들을 정리해야만 할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갑자기 현실에 눈이 떠지는 듯합니다.
마치 영화나 소설처럼 또다시 어느 순간 지윤이에게 언니들이 존재했었음을
알려야 할 때가 찾아오겠지만, 저 자신은 아직도 여전히 쌍둥이의 죽음이
꿈인 것만 같은데 어떻게 주변을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삼풍사고로 처자식을 잃은 가장이 추모비 앞에서 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유족 중 한 분이 몇 년 후의 자기 모습일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을 때,
그렇게 생각해볼 수 있는 그분이 오히려 부러웠습니다.
아까운 두 딸을 억울하게 하늘로 보내고, 남아 있는 한 아이마저 불쌍하게
만들 수 없어서 저는 감히 그런 생각도 해볼 수가 없습니다.
밥상 앞에서 항상 종알거리던 아들이 없어진 후로 밖에서 식사를 사 먹으며
넉 달을 견뎠다는 그분에게 제 생각을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 장정심, 씨랜드참사 유가족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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