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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포장마차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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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백수지만 집에만 있을 수 있나요. 오늘도 몇 군데 이력서를 넣으러 나서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큰길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리더니 부서지는 소리도 나고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얼른 뛰어가서 사람들을 헤치고 들여다보았죠. 단속반원들이 샌드위치를 파는 작은 포장마차를 뒤집어엎고 있었습니다. 계란이 깨지고, 베지밀 병이 길바닥에 이리저리 굴러다녔습니다.
처음엔 사정도 하고 울부짖으며 매달려보던 포장마차 아저씨는 모두 포기했는지 그저 멍한 표정으로 땅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야, 진짜 먹고 살기 힘들다 하는 생각이 들데요. 그런데 갑자기 한 아주머니가 소리쳤습니다. “살아보겠다고 하는 일인데 그만 괴롭혀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큰소리에 놀랐는지 단속반 아저씨들의 손길이 좀 멈칫했습니다. 그때, 말쑥한 차림의 아저씨가 걸어나오더니 길바닥에 뒹굴던 베지밀 세 병을 주워들었습니다. 그리고 멍하니 서 있던 주인 아저씨의 주머니에 지폐 몇 장을 밀어넣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까 소리쳤던 아주머니가 우유를 집어들고 주인 아저씨에게 돈을 지불했습니다. 이번엔 아기를 업은 젊은 아줌마가 삶은 계란 몇개를 줍더군요. 그 후에는 줄을 지어서 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할아버지는 아저씨의 어깨를 한참 두드려주다 가시기도 했습니다. 아흑,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저도 우유 한 병을 사들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취직도 안되고 세상 돌아가는 꼴도 맘에 안들어서 욕만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만 생각할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세상은 살아볼 만한 것이겠죠?
- SBS 파워FM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 2001년 11월 29일 방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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