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수학 공식보다

“엄마, 뭐 먹을 것 좀 없어요?” 오늘도 밤 10시가 넘어서야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책가방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부엌으로 들어가 수선을 피웠다.
“이 시간에 먹으면 뭐든지 살로 간댄다. 좀 참지 그러니?" 내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아이는 커다란 양푼에 밥을 가득 담아 고추장을 넣고 비비기 시작했다. 딸아이의 저녁 만찬이 계속된 지 벌써 두 달째이다. 전에는 도시락도 남겨와서 걱정이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싹싹 비워오는가 싶더니 급기야 매일 밤, 한 끼의 식사를 더 하기에 이른 것이다. 공부가 고된 것일까. 한창 싱그러워야 할 나이에 밤 늦도록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딸아이가 애처로워 가슴 한구석에 뜨거운 것이 밀려들었다. “엄마, 왜? 무슨 일 있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이가 걱정스럽게 내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아니야. 잠시 네 생각을 했어.”
나는 얼른 일어나 빈 도시락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설거지를 하려고 뚜껑을 여는 순간, 쪽지 하나가 툭 떨어지는 게 아닌가. “고맙습니다.” 꼭꼭 눌러 쓴 글씨.
나는 조심스럽게 쪽지를 펼쳐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수 친구 희정입니다. 제 도시락까지 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편지로 대신하는 걸 용서해주세요.
처음에는 자존심이 많이 상하기도 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기쁜 마음으로 도시락을 먹고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나누면서 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그제서야 지연이가 하루에 네 끼를 먹으면서도 오히려 핼쓱해져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랑스런 내 딸은 학교에서 수학공식과 영어단어뿐만이 아니라 인생의 더 중요한 것들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 인터넷 홈페이지 ‘착한이네 아이콘나라’(icon4u.new21.org)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