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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진짜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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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만난 건 지난 ’95년의 겨울이다. 지방에 일이 있어서 고속버스를 탔고 꾸벅꾸벅 졸다가 그곳 터미널에 내리게 되었다. 그런데 터미널 한구석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곳에서 노래 부르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그냥 거리공연으로 살아가는 무명가수라고 생각했다. 시간도 남았던지라 나는 멀찍이 서서 노랫소리를 듣고 있었다. ‘새벽 아침’, ‘파초’…. 중학교 때 흥얼거리며 다녔던 ‘수와 진’의 노래였다. 노래에 이끌려 나는 그 가수가 있는 곳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갔고 그곳에서 노래를 하는 안상수 씨의 얼굴을 알아보게 되었다. ‘어? 나름대로 유명한 가수인데 왜 길거리에서….’ 그러나 곧 그가 왜 이 지방의 터미널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앞에 놓인 모금함 때문이었다.
‘심장병어린이돕기 모금함.’ 그곳에는 노래를 하는 그와 몇몇 관객들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카메라맨도 없었고, 소녀팬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열심히 노래를 불렀고, 그의 열성에 감동한 이들이 하나둘씩 돈을 넣어주었다. 그는 일일이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했다. 나도 외면할 수 없어서 지폐를 꺼내 모금함에 넣었다. 그리고 악수를 했다. 그 가수의 손…. 정말 너무 차가웠다.
영하의 날씨에 맨손으로 오랫동안 기타를 쳤던 거다. 몇 년 후 난 신문을 통해 그의 모금으로 심장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400명을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지금도 가끔씩 친구나 후배에게 “안상수하고 악수까지 했다"라며 자랑을 하곤 한다. 물론 그때마다 대부분 “그게 누군데?" 하며 코웃음을 친다. 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자랑스럽게 이런 말을 한다. 인기가수는 많지만 가슴이 따뜻한 가수는 드물 거라고. 그리고 난 가슴이 따뜻한 가수와 진짜 만났었다고.
- 인터넷 개그파크(www.gagpark.com) 게시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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