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아주 특별한 선물

첨부 1


우리는 결혼한 이듬해에 이곳 안산에 왔다. 개척교회 전도사였던 남편을 따라 이곳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황량했다. 지금처럼 건물이나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였는지 그 당시 나는 왜 그리 작은 일에도 슬프고 외로웠던지…. 낮에는 교인들의 왕래가 있어서 덜했지만 저녁이면 교회 건물에 아기와 단둘이 있을 때가 많았다. 그날도 빈집에 아이와 단둘이 있기가 겁이 나서 아기를 업고 남편을 마중하러 교회 문밖으로 나갔다. 한참을 기다려도 남편이 오지 않자 누가 시킨 일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은근히 화가 나 공연히 아기 엉덩이만 두드리며 서성거렸다. 그때 골목길에 있는 작은 포장마차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희미한 카바이트 불 아래서 젊은 남자와 아기를 업은 여자가 붕어빵을 팔고 있었다.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은 골목에서 아기까지 등에 업고 붕어빵을 팔면서도 부부는 행복해 보였다. 잠이 든 아기의 고개가 옆으로 떨어지면, 호호 불어서 올려주는 아빠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나는 추운 줄도 모르고 한참을 서서 눈물을 훔쳐냈다. 거리에 금세 짙은 어둠이 내리자, 부부는 작고 초라한 그들의 일터를 접었다. 난 그들 부부가 사라질 때까지 서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와 아기를 업은 채로 무릎을 꿇고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 부부를 위해서도 기도했다. 눈을 뜨자, 교회 한켠에 마련된 방이 너무나도 커보였고, 남편에게 위로의 한마디 못한 내가 부끄러웠고, 그리워졌다. 남편이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왔을 때 난 남편을 안고 한참을 울었다.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니요. 그냥, 그냥 좋아서….”
남편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세게 안아주었다.

- 김학중 엮음, 울림, <아내의 말 한마디가 남편의 인생을 결정한다>에서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