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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현선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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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선이한테 전화가 왔다. 2년 동안 방치해둔 주민등록증을 만들러 가야 하는데 함께 가달라고…. 그래서 부곡에 다녀왔다. 지하철에서 내리자 모자를 푹 눌러쓰면서 이리저리 살피더니 아빠를 만날까봐 두렵다면서 현선이는 나에게 팔짱을 끼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복통을 호소했는데 저 말로도 “긴장한 탓인가 보다”고 했다. 현선이의 신분을 확인할 길이 없어서 안양에 있는 현선이 고등학교에 가서 학적부를 떼어 동사무소에 갖다주었다.
일을 마치고 현선이는 동사무소 아가씨에게 아빠랑 이혼한 새엄마의 사는 곳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진즉부터 새엄마를 힘들게 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10여 년을 함께 살았던 새엄마 생일을 기억하곤 울 때도 있었는데 집안이 풍비박산된 것도 폭력적인 아빠의 바람막이였던 새엄마가 사라진 뒤였으니까).
동사무소 아가씨가 난처해하더니 그럼 자신이 먼저 새엄마와 통화해서 현선이랑 통화하고 싶은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우리는 기다리고 동사무소 아가씨는 전화를 했다
“이현선이란 아이를 아세요? … 그쪽 분과 통화하고 싶다고 그러는데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대답은 노였다. 동사무소 아가씨는 새엄마가 이미 결혼한 상태라고 일러주었다. 현선이 얼굴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난 곁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이건 주님이 하실 일이라 자위하면서.

- 김경임, ‘들꽃피는 학교’ 교사
* ‘들꽃피는 학교’는 제도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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