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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지킬 건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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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건 지켜야지.” 얼마 전에 본 광고다. “여긴 우리 자리가 아니잖아” 하던 젊은이의 모습이 좋아보였다. 하지만 요즘은 그 광고의 모습처럼 ‘지킬 것은 지키는’ 모습을 발견하기 힘들다. 어제 안양 가는 전철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도 경로석에는 스물이 갓 넘었을 법한 젊은이 셋이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갔지만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몇 번 눈치를 주다가 이내 포기했는지 불편한 자세로 기둥에 기대어 서 계셨다. 다른 승객들도 할아버지가 경로석에 앉지 못하는 것에 대해 별반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다음 칸과 이어지는 문이 열리더니 한 청년이 들어왔다. 그가 대번에 눈에 띈 것은 어울리지 않게 옷깃을 세우고 선글라스를 꼈기 때문이다.
그는 주위를 돌아보더니 인사를 꾸벅했다. “안녕하십니까!” 왜소한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큰 목소리 때문에 사람들은 다 그 청년 쪽을 바라보았다. 물건을 파는 아르바이트 학생인 줄 알았다. 그 청년은 오늘이 처음인양 쭈뼛쭈뼛하더니 “경로석은 우리들의 부모님들이 앉는 자리입니다.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양보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다시 “경로석에는 어르신들이 앉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사실 저는 용기가 없고 너무 부끄러워서 선글라스를 꼈습니다.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지만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꾸벅하고 후다닥 옆칸으로 뛰어갔다. 경로석에 앉아 있던 세 젊은이들이 콧등을 문지르며 일어나고 있었다. 승객들은 짐짓 모른 척하며 시선을 돌렸지만 입가에 퍼지는 웃음은 한결같았다.
- 최윤석, 월간 <낮은 울타리> 2001년 10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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