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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새도 은행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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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처음 한 말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였다. 아기는 엄마 없이 지낸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젖을 먹은 뒤 엄마의 따뜻한 품에 안겨 잠이 들었고 깨어나면 곁에 있는 엄마를 보며 행복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엄마는 돈을 벌어야 했으므로 일을 시작했다. 이제 가엾은 어린것은 눈을 뜨면 엄마 대신에 ‘보모’라는 아줌마와 마주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기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앙앙 우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보모라는 아줌마가 표시 안 나게 꼬집었기 때문에, 아기는 울지 않는 법을 배웠고, 텔레비전을 보며 엄마를 기다리는 생활에 적응해갔다. 아기는 하루 종일 엄마가 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그러나 엄마는 집에 오면 다른 집안일을 하느라 바빴고 대충
저녁을 먹은 뒤, 아기를 아기침대에 내려놓고 그냥 가버렸다. 아기는 다시 울어댔다. 예전에는 울면 다정하게 자장가를 불러주던 엄마였는데, 이제는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오지 않았다. 두 돌을 맞이했을 때 엄마는 아기에게 잉꼬 새장을 선물했다. 그때부터 아기는 보모 대신에 잉꼬와 얘기를 나누었다. 아기는 “엄마는 은행 갔다. 엄마는 은행 갔다” 하면서 불만을 털어놓았다.
꼭 필요한 선물을 했다고 안심한 엄마와 아빠는 신차 할부금을 갚기 위해 늦게까지 초과근무를 했다. 잉꼬는 어느 날 새장이 열린 틈을 타 날아갔다.
마지막 친구마저 잃게 된 아기는 하늘로 손을 뻗쳐보았지만 아무것도 잡을 수가 없었다. 아기가 흘린 눈물은 진주알처럼 뚝뚝 떨어졌다. 아기는 새가 날아간 방향을 슬픈 얼굴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새도 은행 갔다. 새도 은행 갔다.”
- 주네이드 수아비, 민미디어, <삶이 주는 선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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