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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감 따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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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감 따는 막대기 좀 빌려주이소!” 경비실 앞에 있던 감 따는 막대를
일으켜 세웠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놈도 막대 운반을 거들겠단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나무들이 많이 자란다. 특히나 가을이면 온통 빨간 감으로 뒤덮인 듯 장관이다. 오늘 나는, 실로 39년 만에 처음으로 감을 따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아들놈도 거든다고 막대를 붙잡으니 움직임이 더 둔하다. 그렇지만 아이의 손이 참 따뜻하고 느낌도 좋다. “재욱아, 아빠가 딸게. 떨어지면 주라.” 그물 안에 감을 넣어 가지만 똑 부러뜨리려는데 자꾸 망태 밖으로
빠지기만 한다. 그렇다면 힘껏 당겨볼까. 가지가 부러지면서 감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만다. “아빠, 터졌어.” “어데 보자. 그럼 우리 무 보자. 가와바라.” 흙 묻은 쪽은 내가, 깨끗한 쪽은 아들을 주었다. “아빠, 달다!” 두 번째 감은
낙엽더미에 툭 떨어졌다. 그렇게 우리 부자는 감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간간이
그물망태에 골인시키고는 온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대기도 했다. 아들놈은 그렇게 수확한 감들이 포로라도 되는지 땅바닥에 일렬로 주욱 세워두고 감시의 눈길을 떼지 않는다. “그마 가자.” 저만큼에 경비아저씨가 오신다. “아저씨,
감 하나 드이소.” “아, 됐시유. 많이들 드세유.” 지나가는 아주머니께도, 엄마에게 떼를 쓰며 울고 있던 동네 꼬마에게도 우리 부자는 감을 권했다. 일곱 개였던
감이 이제 네 개만 남았다. 이놈들은 베란다 서늘한 그늘에 두어야지. 그럼
홍시가 될 것이고 그때 아들과 두 개씩 맛나게 나눠 먹어야지. “아들아, 우리
욕심 부리지 말고 자연의 순리대로만 살제이!” “아빠, 그게 무슨 말이야?”
- 월간 <맑고 향기롭게> 2001년 1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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