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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조금 더럽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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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 서로 눈인사를 나눈 게 인연이 되어 알게 된 사람이 있다.
아이를 키울 만한 곳을 찾다가 산골마을에 눌러앉았다는
그 젊은 엄마는, 역사를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다.
내가 처음 그곳을 찾았을 때는 마을 곳곳에
까맣게 익은 오디와 빨간 산딸기들이 조롱조롱 달려 있었다.
다시 들렀을 때는 여름비에 젖은 노란 살구가 군침이 돌게 했다.
그래도 시골 살림은 도시인의 눈에는 지저분하고 불편하기만 했다.
하지만 우리 몸에 영양을 주고 떠나는 배설물을
자연으로 돌리려고 애쓰는 그들의 모습은,
버린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도시의 삶은 그저 내 눈에서 사라지면 그뿐이다.
양변기가 그렇고, 집 밖으로만 내놓으면 그만인 듯한 쓰레기 봉투가 그렇다.
누군가 뚝딱 처리해주려니 생각하며 버리는 것들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집으로 돌아오던 날, 가난하게 살 마음만 있으면 천국 같은 곳이라며
"오세요!" 하던 그이, 깔끔을 떠는 내 딸아이에게
"조금 더럽게 살자!" 하던 그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 이영순, 서울시 동대문구 휘경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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