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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뉴욕의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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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하면 흔히 브로드웨이의 화려함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진짜 뉴욕의 정수는 지하철이다. 공공 화장실이 거의 없는 뉴욕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선가, 대낮에도 층계 밑에서 방뇨를 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고, 몇 량에
하나씩은 홈리스들이 기다랗게 누워 있다. 청와대보다 훨씬 화려한 집을 지닌
갑부들이 수십만 수백만 명 이상 되는 부자 나라의 실상이다. 그나마 뉴욕의
지하철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채워주는 악사들은 그런 홈리스들에 비하면
승객들에게는 훨씬 더 고마운 존재다. 아름다운 목소리의 중국인 성악가,
수술비를 마련해야 한다며 기타를 치는 노랑 머리 청년, 사람 크기 만한 인형을 파트너 삼아 정열적인 춤을 추던 남미인, 팬 플루트로 아련한 음악을 연주해주는 악단들은 지하철을 탈 때마다 자주 만나게 되는 터줏대감들이다.
'God Bless America'라는 글귀를 거리에서 볼 때마다 '그 God은 돈 있는 백인들만 축복하는 모양이다'라고 빈정거리고 싶지만, 지하철의 걸인에게 돈을 집어주는 적은 거의 없으니 나도 그 부자 백인들과 무에 크게 다르랴. 그러나 몇 달 전,
한국의 젊은 청년들 몇이 그랜드센트럴 역에서 농악을 공연하는데, 나도 모르게 지갑에 손이 가 몇 푼의 돈을 그들에게 주게 되었다. 한국의 청년들이 과연 어떤 경로로 뉴욕에 와 구걸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맹목적으로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보면, 핏줄 앞에 약해지는 본능적 심성이
내 냉소적 국가관 어딘가에 아마 단단히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 이나미,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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