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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밤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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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하루의 또 다른 얼굴이다. 몸과 마음이 문을 닫으면,
영혼은 그제서야 일어난다. 그리고 지쳐 잠든 몸과 마음을 곁에 둔 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 밤을 지새고 다시 새벽으로 사라진다.
사실 밤은 두려운 시간이다.
어둠 속 밀담들이 오가고, 그늘에 살짝 가리운 세속의 미추(美醜)가
끈적한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특히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낮에 내리쬐던 태양 대신 인공적인 네온사인의 현란한 불빛이
알코올 가득한 눈동자 속에서 이글거린다.
빌딩들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희미한 대기 속에서
미약한 별빛만 눈에 띌 뿐이다.
하지만 사실 밤은 낮보다 훨씬 깊고 매력적이다.
밤은 도시인들에게 새롭게 정의되고 음미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밤에는 모든 것을 쉬면서 별처럼 반짝일 수 있다. 붙박이별처럼
누워 잠들면서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뉘우칠 수 있으며,
곤경에 빠진 가족과 이웃들에게 품고 있었던 슬픔,
자신조차도 몰랐던 무의식의 연민을 느끼고 자신과 화해할 수 있다.
그래서 동트는 새벽, 선잠 속에서 자신과 이웃들에 대해 한결 부드러워진
몸과 마음을 느낄 수 있다.
- 서수연, 서울시 성북구 정릉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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