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새벽길 마을버스 운전사

첨부 1


며칠 전, 무척이나 가슴 뭉클했던 새벽녘의 일이었다.
퍽이나 조심스럽게 텅텅 빈 버스를 보도 쪽에 바짝 댄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반대편 도로를 살피더니 차에서 내렸다.
차에 이상이라도 생긴 건가 궁금해하던 내 시선은 어느 할머니 한 분에게
옮겨졌다. 아저씨는 할머니 옆에 있던 커다란 짐 보따리를 어깨에
지고서는 할머니를 부축해서 버스로 모셨다. 그제서야 서둘러 운전석에 앉은
아저씨는 뒤따라 탄 내게 멋쩍은 미소를 지으시며 기다리게 한 것을
미안해하셨다. ꡒ할머니, 내일도 이 시간에 장사 나가실 거죠? 날도 컴컴한데
내일은 한 5분만 더 주무시다 나오세요. 아셨죠?ꡓ 친아들인양 정이 담뿍
담겨 있는 기사 아저씨의 말과 아무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시는 할머니.
그 기사 아저씨는 그동안 계속 새벽녘 장사 나가시는 이 할머니 짐을 실어
편히 모시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저씨의 서글서글한 미소는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다. 몇 정거장을 지나 할머니는 나보다 앞서 내리시게 됐다. 다시 반대편
차선을 살피며 내리시려던 아저씨께 용기를 내어 내가 도와드리겠노라고
말씀드리곤 할머니를 부축해드렸다. 가파른 경사까지 짐을 들어드리고 다시 타는 내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아저씨는 흰 박하사탕을 두어 개 내미셨다. 할머니가 매일 꼭 한두 개씩 손에 쥐어주셨다는 사탕이 운전석 한켠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손바닥에 쥔 사탕에 가슴 한쪽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꼈다.
- 이윤경, <한겨레신문> 2001년 11월 6일자에서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