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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그 아이의 튼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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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문득 그애가 생각난다.
거의 매일 점심을 굶던 아이, 때 묻고 터서 언제나 피가 날 듯한
그애의 조그만 손등, 어쩌다 도시락을 싸온 날이면
된장을 반찬으로 가져와 책상서랍 속에
반찬 통을 넣고 차가운 보리밥을 무릎에 올려둔 채
고개를 숙이고 혼자 밥을 먹곤 했던 그애였다.
친구도 없이 늘 혼자였다. 어느 분단학습 시간의 내 철없던 실수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비이커 속에 설탕물, 소금물 등을 만들어놓고
손가락으로 찍어서 맛보고 보고문을 작성해야 했던 날이었다.
온통 갈라지고 피가 나서 거북이 등껍질 같은 그애의 손이
담겼던 물을 맛봐야 한다는 사실에 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당황한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자 그애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따뜻한 물로 오랜 시간 손등을 씻어주셨다.
자기 가정형편으로 중학교도 가지 못했던 그애, 혹시나 지금도 그때처럼
아무 친구도 없고 어떤 위로도 없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미안한 마음으로 그애가 행복해지길 바란다.
내가 미안해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아주 많이
위로받고 사랑받으면서 살고 있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 이정은,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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