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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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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형은 무척이나 따뜻한 사람이다.
형은 언제나 내게 고향 같고 또 그래서 평화를 안겨주는 사람이다.
아주 어렸을 때,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무렵 우리 집에 한동안 가득했던
먹구름. 어머니와 아버지가 따로 살아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난 어렸고 철부지 아이였던지라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단지 무서울 뿐이었다. 그 무서움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답답하고 아프고
숨이 막혔다. 그럴 때 형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때 고등학교 빡빡머리 형은
내게 윽박지르듯 이렇게 말했다.
“둘이 살자. 우유를 배달해서라도 내가 너를 키울 거니까 걱정하지마.”
형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형은 강인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여리고 순한 사람이었다. 그런 형이 내게 해준 말은, 둘이 살자라는
세상에서 가장 힘있는 말이었다. 형의 그 한마디는 나를 오래도록 울게 했다.
그 후로도 집안의 먹구름은 쉽게 집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 중 누구와 함께 살고 싶으냐는
변호사의 질문이 우리 두 형제에게 던져졌다.
처음 대답할 차례는 막내인 나였다.
“난 형하고 살 거예요….”
- 유희열 삽화집, 중앙M&B, <익숙한 그집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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