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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남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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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이는 할머니랑 단둘이 살고 있다. 남준이 아버지는 무슨 연유였는지
스스로 세상과 끝을 본 사람이었다. 그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준이 엄마도 동네에 더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부터 늙은 할머니는 혼자서 어린 손자를
성을 다해 거두었다. 남준이는 그렇게 할머니 손에서 기저귀를 뗐고 말을 배웠고
할머니가 밀어주는 세발자전거를 탔다. 남준이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해빈이를 밖에 데리고 나가 놀겠다고 그랬다. 나는 오늘도 튀김을 기다리며
방에서 놀 줄로만 알았는데, 녀석은 그 생각으로 온 것이 아니라는 듯
딴소리를 했다. 해빈이는 형아 형아 하면서 남준이를 따라 나가겠노라고
겉옷을 입혀달라고 졸랐다. 둘이 예배당 마당에서 한참 공을 가지고 놀더니만
남준이는 제 집으로 해빈이를 데리고 갔다. 한 두어 시간쯤 지났나?
해빈이가 돌아왔는데 손에는 반쯤 먹다 만 찐 고구마 하나가 들려 있었다.
마치 엊그저께 튀김에 보답이나 하려는 듯 말이다.
형이 이젠 집에 가겠다고 하자 해빈이는 가지 말라고 징징거렸다.
“너는 엄마도 아빠도 있잖어. 그냥 여기 있어.”
글쎄 남준이가 그렇게 말을 하고 돌아서는 게 아닌가. 그 말이 내 귀로는 ‘너는 좋겠다. 엄마 아빠 있응게’로 꼭 들려왔다. 순간 남준이가 어찌나 안쓰럽던지.
나는 남준이 머리를 감싸안았다. 들어와서 더 놀다가라고 그랬다. 아내는 오늘도 고구마 튀김을 만들었고 우리는 어서 빨리 내놓으라고 젓가락을 두들겼다.
- 임의진, 이레, <참꽃 피는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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