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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퇴근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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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냥 걸어서 집에 온다. 버스비 아끼는 것도 있지만, 날씨가 많이 따뜻해진 때문이다. 걸어서 퇴근하는 게 몇 달 만인지 모른다.
다람쥐가 쳇바퀴에서 내려온 느낌이다. 아파트를 나와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회사 창 밖에 비친 풍경을 바라보는 실내 생활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창 밖으로 나온들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버스 창문을 열지 않았다.
창문을 열어제낀 채 마파람에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던 차장의 머리핀이 떠오른다.
차도 옆 인도를 따라 걷는 길에는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대한민국 도시의 기본 골격이다. 강원도 평창을 가도, 전라도 해남을 가도 아스팔트, 보도블록, 소매상의 공식은 깨지지 않고 반복된다.
차도와 즐비한 가게들 사이로 사람들이 다닌다. 길을 나설 때는 향긋하던 휘발유 냄새가 어느새 목구멍을 칼칼하게 조여온다. 사람들은 차도와 가게들 사이로 쫓겨들어와 자투리 공간만을 궁색하게 할당받았다. 그리고 그 협소한 공간으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을 들이키며 저마다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길 건너편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친구에게 연방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취기를 부리는 노인, 그리고 다정하게 손을 잡고 나란히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한쌍의 젊은이.
해는 저물고, 세대는 바뀌어가고, 바야흐로 계절도 변하고 있다.
그리고 난 오늘도 집에 다 와가고 있다.
- 서수연, 서울시 성북구 정릉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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