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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녹차 한 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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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에 녹차를 담근다.
시린 가슴에, 후후 불어가며 훈훈함을 마신다.
한 번, 두 번 연거푸 우러난 소박한 차맛이 남루한 마음을 따숩게 덥혀준다.
어, 벌써 다 마셨네….
아쉬운 미련에 주전자 뚜껑을 열고 들여다본다.
여분의 물 속에 어설픈 얼굴이 빼꼼이 비친다.
두 번이나 우린 녹차를 세 번째로 잔 속에 풍덩 빠뜨린다.
맛과 향기가 온몸으로 녹아내린 찻물….
문득, 맑아진 머릿속에 한 상념이 번개처럼 피어오른다.
‘내가 차라면 몇 번이나 우려낼 수 있는 존재일까?’
두 번, 세 번… 시린 가슴을 위로해줄 수 있을까?
녹차 한 봉지만도 못한 무미건조한 생을 근근히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세 번씩이나 우려먹어도 미묘한 맛이 여전한 녹차 한 봉지를 찬탄하며
부러워서 한참을 바라본다.
한 봉지가 한 자루인 양 풍요로운 값을 하는 녹차의 비밀에 매료되어서….
한 봉지의 녹차 닮은 인생여정이고 싶어서….
- 홍경화,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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