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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머니 가슴속에 묻은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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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북녘 하늘을 우러르며 고향과 가족들을 그리셨던 어머니.
어머니는 아홉 살 되던 해, 무서운 친할머니의 길벗이 되어주기 위해 남한으로 건너오셨다. 신기한 것도 많고 새로운 것도 많았던 제주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가족들에게로 돌아가기 위해 서둘러 서울까지 왔는데, 아뿔싸, 북으로 가는 기차는 더 이상 다니지 않았다. 3일 전에 북으로 가는 모든 길이 끊겼다는 기막힌 소식에 기약도, 희망도 없는 고향길을 뒤로 하고 다시 제주 섬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가족들의 사랑 속에서 살다가
섬처녀로 살아가는 일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들이 다 호랑이 할머니라 부르는 할머니와 외로운 섬생활이 시작되고 가슴속에 쌓이는 그리움은 할머니가 무서워서 제대로 표현도 못한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묻어두기만 했다. 우리들이 어렸을 땐, 김을 매다가도 어느새 그렁그렁 눈물을 달고 멍하니 북쪽 하늘을
바라보곤 하셨다. 어린 마음에도 어머니의 그리움이 어떤 것일까 가슴 저리곤 했다. 이제 자식들은 다 커서 뿔뿔이 흩어져 살고 어쩌다 찾아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번 “그달 중순쯤 갈게요” 해놓고 사정이 생겨 그달 말에야 집에 가게 되었다. 날마다 전화통을 바라보며 기다리다 지쳐서 동생에게 괜히 화를 내셨다는 어머니. 그 어머니가 나를 맞으면서 보인 반응은 더할 수 없는 반가움이었다. 왜 전화 한 통도 안했느냐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느냐 등의 말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속 끓이고 애태우며 서운했던 모든 감정을 딸에 대한 반가움 속에 묻어버리는 어머니의 그 오랜 그리움이 내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 홍미옥, 전남 광양시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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