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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볼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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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시각장애우와 함께 등산을 하게 되었다.
부인으로 보이는 분과 함께 비탈진 언덕과 바위와 시내를 건너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마치 뒷산을 오르듯 여유롭고 밝은 말과 행동으로
앞장서서 갔다. 난 가끔 뒤에 따라가면서 허리를 잡아주고 밀어주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호흡을 맞추며 아주 능숙하게 산을 올랐다. 보이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 생활의 불편함, 그건 이따금
호기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사무실 계단을 오를 때 몇 번인가
눈을 감고 천천히 스릴을 느끼며 오른 적이 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시간에 나 혼자만의 치기어린 체험이라고 할까.
그런데 꼭 한두 계단을 남겨둘 즈음이면 불안한 마음이 와락 생겨
그만 눈을 뜨고 만다. 계단 수도 이미 알고 있기에 발맞춰서 그냥 한 걸음씩
내딛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말이다. 어린 시절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 가방을 맡기고 자신은 눈을 감은 채
친구의 팔목을 잡고서 걸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하나의 놀이로만 여겼던 그것이 오늘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보이는 이 현실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가 보다.
그건 아마도 아직도 마음의 눈이 밝아지지 않은
때문이리라….
- 김재준, 울산시 북구 천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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