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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상처 입은 가정들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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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오월에 친가와 처가, 또는 친정과 시가, 양 집 어버이를 모시고 어린 아들 딸을 거느리고 봄 나들이하는 젊은 부부는 정말 행복할 것입니다. 찬양 예배 시간에 삼사대에 걸친 가족이 다 나와 함께 찬송 부르는 가정의 모습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이 땅의 모든 가정이 그런 복을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자식들이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키울 때까지 어버이가 건강히 살아계시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자식들이 자기 앞길을 닦기 위해 부지런히 앞으로만 달려가는 동안 어버이의 생명은 사그라져서, 어버이 먼저 세상을 떠나시거나, 이 세상에 계셔도 몸이나 정신이 망가진 채 힘들게 노년을 보내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부부 사이가 원만한 가정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열린 사회'로 발돋움하면서, 지어미 지아비 사이에도 좋은 것보다는 못된 것이 더 많이 들어와 있어서인지, 참기보다는 걸핏하면 다투고, 기다리기보다는 나가버리는 젊은 아버지, 젊은 어머니의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곱게만 자라주지 아니합니다. 욕심에 찌들린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일그러진 세상의 헛된 즐거움에 쉽게 빠져들어 앞날을 위하여 자신을 부지런히 가꾸기보다는 이리저리 헤매는 청소년들이 눈에 점점 더 많이 띕니다.
이밖에도 본인들의 큰 잘못 없이 우리 사회가 일으킨 사건이나 사고 때문에 불행을 겪고 있는 가정들도 있습니다. 팔일오, 사삼, 육이오, 사일구, 오일륙, 오일팔 등의 숫자와 최근에는 아이엠에프라는 외국 철자로 표시되는, 지난 세기의 이런저런 소용돌이 가운데서 억울하게 가족을 잃거나 가족과 헤어져야 했던 사람들의 수가 이 땅에는 아직 너무 너무 많습니다.
이리하여, 기독교 가정 가운데서도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있고 하나님 아버지 모셨으니..."로 시작되는 아름다운 찬송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부를 수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어느 목회자의 말씀처럼, 이제는 교회에서 설교할 때도 이른바 결손 가정의 상황과 입장을 고려하고, 상처 입은 가정에 속한 사람들도 위로를 받고 용기를 내어 함께 부를 수 있는 찬송이나 노래도 새로 만들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복 많이 받고 사는, 믿음 좋은 기독교인들도 내 가정에 문제가 없다고 안심하며 그저 감사만 드릴 때가 아닙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을 맞이하면 속으로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생각할 줄 알면 좋겠습니다. 상처 입은 가정들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갓 태어나자마자 어버이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중증 장애인이어서 어버이가 버린 아이들을 거두어 보살피는 곳들이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자원봉사하는 젊은이로부터 며칠 전에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가들이 떠나갔어요. 두 가지이지요. 한쪽은 까닭 모를 병 때문에 하늘 나라로 가는 아이들이고, 다른 한쪽 아이들은 입양되지요. 내가 사랑하고 아끼며 돌보던 아가가 죽어, 사람들이 그 죽은 아이를 관에 넣는 것을 보았어요..." 전화로 들은 이 말은 제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친구 목사님으로부터 받은 전화의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난지 얼마되지 않아 아버지를 잃고 유아기에 어머니에게까지 버림받았으나 피눈물나는 노력 끝에 제법 출세하여 이제 오십 대 중반에 이르러 외국에서 불치의 병에 걸려 죽어가는 옛 친구를 심방하러 급히 출국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환자는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에게조차 끝내 마음을 열지도 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어릴 때 버림받은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보다도 높은 것 같애"라는 노래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또 이 사람 먼저 힘들게 살다 일찍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그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했겠습니까?
가정의 달 - 이 오월에는 상처입은 가정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달이 되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가정들이 떳떳이 길나들이를 할 때, 그늘진 곳에서 한숨짓던 사람들이, 오월의 햇살 아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복된 가정의 사람들이 무엇인가 작은 것이라도 할 일이 있지 않겠습니까? /박동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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