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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러브 버그? 사랑이 장애를 일으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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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전후해서 이 지구 위의 숱한 컴퓨터를 망가뜨린 <러브 버그>라는 것이 미국과 유럽을 떠돌아다니고 우리 나라에까지 들어왔다는 소식이 신문 방송의 첫머리를 장식했습니다. 그런 소식을 듣고 우리도 불안해 했습니다. 제마다 자기가 쓰는 컴퓨터를 조심스럽게 켜 보았습니다. 그리고 별 일이 없으면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러브 버그>라니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사랑이 장애를 일으킨다고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과 아울러 배달된 파일을 열어보면, 그동안 애써 마련해 둔 여러 가지 귀한 프로그램과 문서들이 몽땅 못쓰게 된다고요? 이리하여, '사랑'리라는 말만 나타나도 겁을 먹게 되는 '네티즌'이 많아졌다고요?
세상에... '사랑'을 말하면서 남을 망치다니요! 정말 가슴아픈 일입니다. 고장난 것을 고치는 것이 사랑이 아닙니까?
지난 연말 연시에는 <밀레니엄 버그> 또는 <와이 투 케이>란 이상한 표현을 만들어 쓰면서, 온세계가 한동안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 새 천년의 시작을 앞두고 괜히 가슴설레하는 사람들의 마음 한가운데에, 그 새 천년의 시작을 인식하지 못하는, '깨닫지 못하는' 컴퓨터가 생길 수 있고, 그 때문에 장미빛 미래를 약속할 것처럼 새 천년의 꿈이 망가질 수 있다는 공포심이 일어났던 것이 아닙니까?
참 이상합니다. 기술 정보 과학 문명이 발달하면, 사람 사는 것이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나아진다고 했는데, 더 안전해진다고 했는데, 걸핏 하면 <버그>라니요? 웬 장애가 그렇게 자주 일어난다는 것입니까?
<러브 버그>란 표현은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의 일그러진 모습을 상징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양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밥먹듯이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그 사람에게 바로 대놓고 말하기가 쑥스러워서, 그저 빙그레 미소를 띄어 보내든지, 수줍게 손을 잡아 주곤 하던 것이 우리 식의 사랑 표현이었습니다. 때로는, 괜히 속 마음과는 달리 아무것도 아닌 일을 두고서 트집을 잡거나, 심술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이 점을 서양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고, 일찍이 서양물을 먹은 사람들은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감정 표현을 적절히 하지 못한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합니다. 기독교계 안에서는 더욱더 그러합니다. 학교나 교회에서 다 큰 어른 학생들이나 교인들이 저에게 "선생님, 사랑해요", "목사님, 사랑해요"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저는 아직도 어색합니다.
아무튼 '사랑한다'는 말을 우리 사회에서도 이만큼 자주 듣게 되었으니, 그렇다면, 그만큼 우리의 사랑이 이전보다 더 깊어진 것입니까? '사랑한다'는 표현이 오히려 우리 사이에 <버그>를 일으키고 있지 않습니까? '사랑한다'고 하면서 나 자신을, 당신을, 우리의 인간 관계를 망가뜨리고 있는 경우는 없습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그전처럼 '사랑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사랑하노라고 드러나게 표현은 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사랑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박동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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