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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나무가 가르쳐준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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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 성당에 아름드리 느티나무 80여 그루를 가져왔다. 나무에 대해 전혀 몰랐던 우리들은 나무가 도착하자마자 미리 파놓았던 구덩이에 심기 시작하였다. 성미가 급한 것은 아니었는데 아뿔싸! 우리가 심은 것이 모두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20여 년 조경 일을 하신 분이 나타나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시인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였다. 우리 몇몇 사람들이 보기에
푸른 가지가 왕성해서 심으면 더 잘 자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가지들도 잘라줘야 한다는 타당한 설명에는 아무도 대꾸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 심었던 날은 나무 막대기만 땅에 박아놓은 듯 볼썽사나운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잎사귀들이 무성해지면서 생명의 호흡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잘라내야 하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닌데 그렇게까지 심하게 자르는 것은 이성적으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는지 모를 일이다. 사는 동안의 숱한 만남의 과정에서 수없이 ‘나’라는 가지를 쳐내야 하는 처절한 아픔을 경험한다. 쳐내지 못하고 안간힘을 쓰다가 부러지거나 말라버리는 가지들을 발견할 때 너무도 허망하고, 내가 왜 이리 어리석은가 한탄할 때도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상생의 시대로 만들자고 한다. 살생과 원한 등의 극한 대립의 시대를 마감하고 ‘서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쉬운가! 나를 수없이 쳐내야 하는 아픔을 겪지 않고 함께한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다. “끝까지 참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라고 하신다. 박해는 멀리에서 치달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 모습 안에 감춰져 있음을 발견했으면 한다.
- 박병훈 신부, 인천교구 영종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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