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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교장 선생님과 농사꾼 학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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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년이나 십 년 전의 일로 기억합니다. 그 때 저는 가족과 함께 독일에서 돌아와 전라남도 나주군 남평면 우산리 교회 목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저희 집 두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섯 학년에 전교생이 백 명 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시골 초등학교이어서 선생님도 몇 분 안 되었고, 학부모들은 대부분 농사짓는 사람들이라 모임에 나오시지 못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부임하신지 얼마되지 않은 교장 선생님이 학부모들에게 인사 말씀을 하셨습니다. 장학사 출신의 덕망 높은 교장 선생님이라는 소문에 걸맞게 점잖고 온화한 느낌을 주시는 분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를 하시던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마침내, 도시보다 많이 뒤떨어진 교육 환경에서 자라나는 농촌 지역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장래에 대한 큰 꿈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대목에 이르렀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아직 코흘리개 아이들에게 "너는 커서 무엇이 되
기를 바라느냐?"를 질문을 자주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전에 근무하셨던 어느 시골 학교에서도 그리하셨는데, 어떤 여자 아이가 "저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는 소리를 듣고, "얘야, 간호사가 웬 말이냐? 너는 의사가 될 꿈을 가져라!"고 말씀하시고, 어떤 남자 아이가 "저는 장군이 될 것이요"라고 할 때는 "장군보다는 대통령이 된다고 하여라!"고 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말썽 피우고 공부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너희들 그렇게 하면 나중에 농사짓든지 공장에서 일하는 것 밖에 못한다"고 꾸짖으셨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학부모 가운데 한 분이 손을 번쩍 드시면서 소리쳤습니다 - "교장 선생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모두들 깜짝 놀라, 소리난 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제 나이 또래이거나 저보다 조금 젊어 보이는 농사꾼이었는데, 저와 제 아내를 빼고는 그를 다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 분은 지금 막 교장 선생님이 하신 말씀에 항의를 하셨습니다. 자기는 비록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농사꾼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식들에게도 앞으로 커서 농사를 짓자고 가르치고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나고 있는데, 교장 선생님이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항의에 당황하신 교장 선생님은 자신이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라고 얼버무리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아저씨는 초등학교 밖에 다니지 못했지만, 어떻게 하면 농삿일을 제대로 잘 할 수 있을까, 부지런히 연구하느라, 농사지으면서도 틈틈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주 실력 있고 훌륭한 사람으로 존경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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