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태백에서 온 노란꽃

첨부 1


지난해 이맘때쯤 강원도 태백 지역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여행 길에서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었던 것은
길 가 곳곳에 잔득 피어 있던 노란꽃이었습니다.
이름을 지금도 모르는 이 노란꽃은
한 줄기에 한 송이만 피는 제법 큰 꽃이었습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한 아내는 어느 산등성이에서
저의 만류에도 아랑곳 않고
아직 꽃봉오리도 맺지 않은 그 식물 한 포기를
뿌리채 정성스레 캐어 집으로 가져 왔습니다.
여름이 다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이 노란꽃을집에서 볼 수 있으리라는
우리의 기대는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이 식물 한 포기는 21층이나 되는 우리 아파트 베란다에서
1999년의 남은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보냈습니다.
2000년의 봄도 지냈습니다.
그러더니 마침내 지난 5월 22일에 꽃이 피어
벌써 칠 주 째 그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고 있습니다.
옮겨심은 지 한 해가 다 되어서야 꽃을 피운 것입니다.
요즈음은 서양에서 들어온 꽃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본디 자라던 꽃들이 그리 빛을 보지 못하는 듯합니다.
난초의 경우만 해도 화려한 모습의 서양란 꽃에
그저 은은한 동양란 꽃이 밀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태백의 노란꽃도 서양에서 들어온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전통 꽃들은 대부분 그리 오래 피어있지 않는데
이 노란꽃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이미 우리 땅을 아름답게 하고 있는 꽃이니
혹시 그것이 나라 밖에서 왔다한들 어떻습니까?
태백의 산등성이에서 서울 고층 아파트 베란다 화분으로 옮겨 심었는데도
한 해를 살아남고 꽃을 피워 한 달 이상 그 아름다움으로써
시멘트 건물로 둘러싸여 삭막하게 살아가는 우리 마음을 밝게 해 주니
이 얼마나 고맙습니까?
우리 사람들도 그리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