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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경계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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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시와 시골의 경계선에서
남과 북의 경계선에서
동과 서의 경계선에서
이쪽과 저쪽을 번갈아 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경계선에서 살다 보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어서
어정쩡한 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때로는 이쪽 저쪽, 양쪽으로부터
기회주의자라는 비난을 듣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경계선에서 살면
두 쪽을 이어주는 다리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구리시와 맞닿은, 한강 북쪽의 서울 남동쪽 끝에
제가 사는 집과 제 일터인 학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중간에 나라밖에서 살았던 햇수를 빼더라도
이 곳에서 거의 스무 해를 살았습니다.
독일에 가서 일곱 해 반을 보낼 때도
이전의 서베를린 남동쪽 끝에 살았습니다.
동독과 서베를린을 갈라 놓는 담이 가까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 담 가까이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 가끔 올라가서
철조망 건너편 동독 땅을 바라다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신학교 선생노릇을 하면서부터는
학자와 목회자의 경계선에 서 있는 자신을 봅니다.
전공 분야를 부지런히 연구하고 가르치는 데 힘을 다하지 못하기에
학자답지도 못하고
교회를 전담해서 섬기고 있지 않기에
목회자답지도 못합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이 늘 안타깝습니다.
교회와 신학 사이에 다리 노릇하지 않느냐고
위로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교회도 제대로 모르고 신학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좀처럼 벗어나기가 힘듭니다.
어쩌면, 한평생
경계선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더욱 어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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