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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산골 생활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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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마을로 내려온 지 한 달째, 오래된 토담집 방 한 칸을 빌려 중학생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먼저 시골로 내려가 터를 잡아보라는 남편을 시어머니께 부탁하고 그야말로 사서 고생을 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맛보는 작은 즐거움도 많다. 남편은 ‘한총련(한시적 총각 연맹?)’ 소속으로 어떤 재미를 누리고 있는지…. 차 한잔을 끓여 마당에 나가 앉으니 자그마한 새 한 마리가 감나무 가지를 오르내리며 같이 놀잔다. 올려다보는 하늘, 눈부시게 파란색이 하늘 색인 줄 잊고 있었다. 어설프게 시작한 시골 살림에 땅은 쑥과 냉이를 시작으로 갖가지 먹을 거리를 나누어주고 새와 꽃들이 심심찮게 친구를 해준다. 밤은 또 얼마나 밤다운지 전등을 끄면 눈을 뜨고 손을 내밀어 흔들어대도 눈앞의 손을 시각으로는 감지할 수 없다. 밤은 내 눈을 쉬게 해주는 시간이란 것도 여기 와서 알게 되었다. 먹을 게 부족하니 음식에 대해 감사하는 것도
배우고, 먹고 난 배설물을 재에 굴려 모아두어야 하는 오래된 재래식 뒷간에서 자연스럽게 내 몸의 증상도 살피게 된다. 대도시에서 당연히 누렸던 많은 것이 여기서는 사치처럼 느껴지지만, 먹고 자고 누는 모든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고, 날로 더해가는 자연 파괴에 대해 작은 희망을 갖게 된다.
조금 불편한 것과 편리한 것, 그것에 따르는 우리가 책임져야 할 많은 것들을.
- 이영순, 경남 산청군 신안면 안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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