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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사라져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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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이 전등 켜요. 밤이, 어둠이 없어졌어요. 따지고 보면 병은 자연을
거스른 데서 생기지요. 자연인 몸이 자연스럽지 못한 욕심에 견디다 못해
뒤틀리는 건데, 병 고치겠다고 돈 주고 들어온 병원에서 철저하게
자연을 거스르고 있어요. 새벽부터 동해물과 백두산 부를 때까지 텔레비전
켜놓고, 정말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그래 신경이 사나워져 막내딸년한테
분풀일 한 모양입니다. 막내딸년 머릴 절레절레 흔들어요. 아부지 말도 말라고.
지금 정말 많은 사람이 밤과 고요를 빼앗기고 고달프게 살고 있어요. 그것도
돈 받고가 아니고 돈 주고요. 어쩌다 제 집에 와서 잔 젊은이가 정말 오랜만에
캄캄한 데서 잤다고 흐뭇해합디다. 요새 사람은 밤이, 어둠이, 적막강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모르고 오히려 불안해합니다. 식물도 밤에 자라고
인간 생명의 잉태도 밤에 이뤄지는데 그 밤이 문명이 발달한 만큼 사라져갑니다.
동리에 켜진 외등이 싫어 면장한테 외등 왜 켜느냐고 물었더니 민원이라 해요.
밤에 어쩌다 불 켜는 건 불 밝히는 거지만 1년 내내 외등 켜는 건 밤을
불사르는 거죠. 순천시민운동모임에서 되지도 않은 소릴 했어요.
살려면 철저한 통행 금지와 외등 끄기 하시라고. 웃기는 놈이라고 웃었겠지요.
불야성은 불 난 성인데 하루하루 타 죽는 줄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 전우익, 현암사, <사람이 뭔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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