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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기울어진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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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중반의 일이다. 경부선 열차를 타고 올라오는 내 옆자리에 준수한 청년이
앉았다. 서로 비슷한 연배여서인지 금세 말문이 트였다. 그 청년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의 건설회사에 근무하고 있다고 자기 소개를 하였다. …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말문이 트여가는데 자신감이 지나쳤던가. 그만 해선 안될 말까지 서슴없이 하는 게 아닌가. 건설현장을 감독하러 감리사가 나오는데 그들을 속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것이다. 규정을 어기고 집을 지으면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죄다 그렇게 지으니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감리사를 멋지게 속여넘긴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의기양양해하는 모습을 보곤 말문이 막혔다. 이제 막 사회 초년생인 그가 … 세상에 뛰어든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러한 비리를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인가. 수많은 대형사고를 볼 때마다 악몽처럼 그 청년이 떠오른다. 그 청년은 지금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 있을지도 모른다. … 지난번 내린 폭설로 인해 많은 농가의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엄청난 피해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바로 곁에 규정대로 지은 비닐하우스는 멀쩡하였다. 차이는 철 구조물의 간격을 규정보다 조금 더
띄어서 지었는데 그 차이가 불과 10cm밖에 안되었다고 한다. 근소한 차이가 쌓인 눈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아 막대한 피해를 본 것이다. 망연자실한 농부들의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규정을 어겨 보다 많은 이익을 남기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시절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가.
- 정선모, 〈국민일보〉 2001년 2월 7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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